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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Feb 14. 2024

마흔-299 후각이 너무 좋아졌다.

안 그래도 예민한데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마스크에 의해 보호 받은 후각이 

그 이전과는 다르게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청각과 시각은 어린시절부터 워낙 예민했지만 후각과 미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특히 작년부터 모든 냄새를 마치 머리카락 한올 한올 발라내듯 맡아버리게 되었다. 


한때는 김치찌개 타는 냄새도 맡지 못했던 나의 둔한 후각이 

한때는 고기집에서 고기를 구운 타인의 옷에 밴 냄새도 잘 맡지 못하던 후각이 


이제와서 이렇게 예민해지다니 

온갖 냄새에 종종 머리가 아찔해질 때가 있다. 


누군가가 밖에 나갔다 옷에 밴 외부의 향기 

바람에 흩날리는 너구리굴에서 삐져나온 담내 냄새 

뽀송하게 앳된 화장을 한 어린 친구의 분냄새 


"상아, 나이가 들 수록 냄새가 중요해. 그래서 독한거로 씻는거야." 

조말론 바디워시와 샤워코롱을 선물해주신 아름다운 기술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내 몸에서 나는 향기마저도 예민해져버린 현 시점 

사실은 하고싶은 말이 가득한 오늘이지만 애꿎은 후각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된 것이지. 


삶의 소리를 삶의 향기를 삶의 반짝임을 

그동안 애써 귀를 막고, 코를 막고, 눈을 감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온갖 냄새를 뿜뿜거리는 귀여운 사람들.

귀여운 존재들 

그리고 그 중에 귀여운 나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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