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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297 설탕

단맛

by Noname

30세 이후 혼자 살면서 설탕을 사본 적이 없다.

당연히 지금도 집에는 설탕이 없다.

물론 후추라던지, 케챱이라던지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조미료가 없는건 당연지사다.


소금은 일전에 샤샤언니가 준 트러플소금 15그램짜리가 꽤 오랜기간 줄지 않고 있다. 요리용이 아닌 죽염이 또 오랜시간 반이 넘게 남아있다.


그래서 밖에 나가 먹는 음식은 간이 너무 쎄거나 매운게 아니라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트레이노 선생님께서 설탕과 소금을 조금이라도 챙겨 먹으라고 할 정도로 내 식습관은 아주 어려서부터 왠만해선 간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길들여져있다.


요거트와 같은 가공식품도 플레인을 더 좋아한다.


인생에서 단맛을 다 빼버리듯

내 음식에서도 단맛을 다 빼어버렸다.


어쩌다 맛보는 단맛이 그렇게 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무 자주 곁에 두지 않고,

좋아하는 것들을 너무 자주 하지 않고,

좋아하는 타코야키나 막창을 한달에 한번만 먹고,


맥그리들을 2주에 한번 먹다

팔지 않던 6개월 간 그리워한만큼

최근 다시 판매를 시작한 맥그리들을 먹을 땐

정말 행복했다.



그 종종 맛볼 수 있는 행복감을 위해서 일까나


지나친 자극으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사람들의 감각은 마비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한정감과 소중함이 무뎌졌다.


뭘 먹어도 맛있고, 뭘해도 신기하고

작은 것에도 기쁘게 반응하고 감사하는 법은

익숙함으로부터 멀어지는 법 밖엔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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