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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Feb 17. 2024

마흔-296 불행한 삶을 사는 방법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얼마전 기술사 멘토링 제의를 받았다. 


이전에는 공부를 하던 그때의 희열이 그리워서  

회사에서 사조직도 만들어보고, 공부하겠다는 분들을 모아 어떻게든 해보려 했던 활동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받아들이는 상대방들에게는 

비용이 들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이 하찮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라 

호응이 높지 않아 유야무야됐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고사하게 되었다. 그것도 열등감에 의해서.


발단은 멘토링 제의를 받았다는 걸 어떻게 우연히 알게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거 너무 힘들어, 당연히 거절했지?"


순간 열등감이 폭발했다. 본인은 일을 만들어서라도 많은 활동을 하는 친구였다. 

부족할게 없는 그 친구가 내게 한 그 말이 내 열등감의 근원을 건드렸다. 사실은 평소에도 나는 적잖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찌질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열등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열등감은 상대에 대한 질투이기도 하고, 존경이기도 하다. 양가 감정이 공존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뾰족하게 송곳모서리 처럼 날카로워진 내 머릿속은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생각이랍시고 한 짓이 어리석은 비교라는게 참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정말 빠짐도 없고, 누락도 없이 저 친구에 비교했을때, 내 삶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게 빌미가 되어 멘토링을 거절했다. 

물론, 합격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단시간에 현재 출제 동향이나 최신 토픽들을 학습하는데에 자신감도 떨어져있었다. 


영어를 못해서 지금 내 삶이 좌초되기 일보직전인데 누가 누굴 돕겠나 하는 마음이 더 컸던거 같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닌데, 내가 느끼는 위태로움은 송곳 끝에 걸린 줄에 묶여 매달린 느낌이었다.)

저 친구 만큼 안정이 되어있어야 할 수 있는거지. 라는 나의 수동공격행위가 또다시 발현되었다. 


다른 말이지만 자기 방어기제 테스트를 한적이 있는데 꽤나 유용하다. 

내가 이렇게 심사가 꽤배기처럼 뒤틀려버렸을 때, 주로 사용하는 행태에 대한 테스트인데 

나는 역시 비열한 인간 답게, 수동공격/회피/허세 등이 나왔다. 

결과지를 보고는 납득하기 싫었지만 순순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대체로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허세를 부리거나 수동공격을 한다. 

즉, 집요하게 사람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다. 


"근데 너 그 말의 의도가 뭐야? 나한테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너라면 다 했을거같은데...

너처럼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대단한 친구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니 되게 속상하더라."


내 딴에는 최대한 깔끔하게 그 친구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였지만 

어쨌거나 나는 상대에게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비단 이런 문제만이 아니다. 

삶의 곳곳에서 열등감이 폭발한다. 


도대체 이 끝없는 비교는 어디서부터 시작이 된걸까. 

동갑내기 친척에 대한 전이가 여러 사람에게 날벼락을 일으키는건 아닐까. 


내 삶에 대한 인식은 사실 그다지 나쁘지 않다. 

종종 괜찮다고도 생각한다. 매순간 완전한 현재에 감사할 줄도 안다. 

어쩌면 나로 인해 누군가는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겠다 싶었다. 


이 뾰족하고 태양의 흑점처럼 지나치게 타들어가는 감정 


기분이 나빠서 누군가에게 꼭 찬물을 끼얹지 않고서는 못견디겠는 감정 


열등감을 이런 식으로 느끼는건 나의 '클루지'의 일종일테지.


어쨌거나 자신의 삶을 하잖고, 찌질하고, 별거 아닌 걸로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면 된다. 


그럼, 진짜 크게 욕을 싸지르고 콱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고 싶어지고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모든걸 수포로 만들어 

무력감에 적어도 일주일은 피해의식과 망상에 쩔어 

진짜 하잖고, 찌질한 삼류 영화의 불행하고, 찌질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 정말 너무 찌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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