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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Mar 05. 2024

마흔-279 에어컨 실외기의 사정

그런가보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공간은 매우 덥다. 

서향이라서 오후 3시 경부터는 더 덥다. 


올 겨울, 평일에는 겨울 옷을 거의 입지 않고, 반팔만 입고 다니고 있다. 

복장 규정이 사복으로 바뀐 덕에 평상복이 없어 오히려 반팔을 더 구매했다. 


예쁜 니트나 겨울 블라우스가 입고 싶어도 너무 더워서 속에 반팔을 입고 와서 벗는 지경이다. 


겨울이다보니 중앙난방이 실시되고는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어느날 천장형 에어컨이 하나 설치되었다. 


그러나 100평 가까이인데다 인구가 100명 가까이 되는 이 공간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우리가 있는 반대편에도 에어컨이 설치 되었다. 


사정인 즉슨, 에어컨 실외기 자리가 부족했었는데 한 회사가 나가면서 실외기 자리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에어컨 실외기도 사정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라고 각자의 사정이 없을까. 


최근 내게는 여러가지 일들이 쌓이고 쌓인데다, 발등인대 파열로 유산소를 벌써 2달이 넘게 하지 못하다보니 버틸 힘이 약해졌다. 


친한 사이라고 생각해서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 했는데, 다들 힘들다. 너만 힘드냐 그래도 긍적적으로 좋은 것만 보고 살아야지. 라는 말을 하길래 긍정적이지 못한 내가 방해가 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기쁜 일이 있을때, 같이 기뻐해줘야 친구라고 하더라. 

그래서 진심으로 같이 기뻤지만, 사람이 슬프고 힘든 일이 있을때 같이 하는 것도 친구지 않은가.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정도 까진 아니었나. 


너의 사정을 딱하지만, 그래도 우리와 같이 웃자. 


아니... 난 그렇지 못해. 불완전하고, 미숙한 나를 용서하렴. 



본인이 F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치고, 공감능력이나 배려가 뛰어난 경우는 대체로 거의 없다. 

오히려 본인의 감정 위주로 본인에게 충실한 사람들이라 서운함과 급발진이 다반사이다. 

거기에 J성향이 가미되면 타인의 감정이 자신의 감정과 동기화되길 바라며

거기에 S성향이 가미되면 맥락적으로 그 사람이 겪고 있을 감정적 어려움을 유추해내지 못한다. 


그래 다들 사정이 있는거지. 

나도 불완전한데, 그렇지만 잠시간 나는 숨어있어야할 것 같다. 


오늘 아침 공부를 집중하지 못해 점심에 다시 공부했다. 

해야할 것에만 집중하자.


언젠간 여유가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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