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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Mar 06. 2024

마흔-278 자업자득

거절민감성

"상아야, 그럴 땐 남 탓을 해야해."


일전에 괴로워하는 나를 보고, 동생이 또 어머님 버전으로 말했다. 


그래, 남탓을 해야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아무리 탓을 해도 무력화된다. 

비난의 화살은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그렇게 자기혐오와 자기비난과 자기반성과 자기개선을 통해서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란 인간은 한번 상처 받은 사건을 잘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두려웠다. 겁이 났다. 


모든게 자업자득이다. 

세상은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풀어야하는 숙제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건지도 모른다. 


나는 늘 도망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독한 회피형이다. 


그냥 겁쟁이라서 그렇다. 


마냥 도망치기에는 또 너무 외롭다. 

그래서 또 주변에 적당히 먼 거리의 사람들과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천년만년 살아야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윤회지. 


좀 무뎌야하는데, 지나치게 예민하다. 


어제 '대인관계의 심리학' 퀴즈를 푸는데, '거절민감성'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강의를 듣다가 졸았나보다.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이게 또 신경증의 일종이라고 하네. 



얼마나 극단적이냐면, 내가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또 잘못된 타이밍에 전화를 하거나 연락을 해서 그들을 방해할까봐.'이다. 

물론 나역시 대체로 바쁘게 보내고 있지만, 

한가할때 조차 "누구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방해하면 안 돼." 하는거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정말 시덥잖은 질문이나 별거 아닌 걸로 전화를 했다면 

(혹시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면) 

그건 진짜, 상대받을 엄청나게 믿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알리가 없겠지. 


내 전화통화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1분도 되지 않는다. 

예전엔 엄마에게 꾸준히 전화했었지만, 어느날 아침 엄마가 짜증을 내며 받은 그 순간 부터 전화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달에 한번은 하는게 올해 목표라 월말에는 하고 있다. 그리고 랜덤으로 하기도 하는데 


딸의 전화에 놀란 엄마는 "왜에? 심심해서 전화했어?"하고 물으셨고, 

나는 "엄마, 아시다시피 나는 심심해서 전화하는 사람이 아니에유." 했다. 


유투브에 종종 민경훈님 영상(INFJ라고 하시더라)이 뜨는데, 

한번은 최강희님과 민경훈님이 나와 

친구에게 '보고싶다'고 메시지는 보내도 전화가 오면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어쨌거나 이런 성향인데 사람들은 왜 나를 만나자고 하고 챙길까 

나의 이 모든 결핍이 그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혹시 진짜로 나는 충분히 좋은 사람인 걸까. 


하지만 누구에게도 먼저 연락하지 않는걸. 한결같은 사람인걸까. 


어쨌거나 자업자득이니, 다 그럴만 하니까 그런거겠지. 


한결같은 사람들에게 겨우겨우 마음을 여는 편인데, 

잠시 열었다가 상처를 받으면 꽁꽁 숨어버리는 것도 참, 


이렇게 마음이 물렁하니 


혼자 숨어서 운동하고, 공부하고, 책 읽고, 

도무지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갈 의지라곤 없나보다. 


무섭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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