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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Jun 20. 2024

마흔-172 거리감의 중요성

인위적으로라도 멀어지자

가까운 거리는 서로를 찌른다.


삶에서 누군가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리면

그 존재의 눈빛, 어조,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깊게 마음 속에 들어오게 된다.


경계성 성향이란건

경계를 하는게 아니라 경계가 없는 것인 것 같다.


거리가 없다보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 다 중요해진다.


작년 여름 만났던 그 분은 자기비하개그를 일삼는 분이셨다. 그게 또 나름 웃긴 면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개그가 개그가 아니라 나의 자존감을 파먹는 말이 되었다.


“오빠, 오빠는 내게 중요한 사람인데 오빠가 그렇게 말을 하면 곁에 있는 내가 너무 아파.”


그 뒤로 그는 그런 개그를 하지 않았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하는 말이 가까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영향력을 미친다기보다 영향력을 허용한거다.


상대방이 너무도 중요해서



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내게 의미가 없다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마치 갑옷를 벗어던지고 나체의 몸으로 전쟁에 나간 장수처럼


오롯이 그 모든 걸 그저 상처 입으며 받아내게 되는 거다.



언젠가 엄마는 내게 그렇게 하나하나 상처 받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며 예민한 나를 탓하셨었다.

(그 후로는 미안하다고 하셨다.)


예민할 수 밖에

당신의 내 삶의 중심이었으니까


온통 당신의 사랑과 당신의 슬픔과 당신의 미소와 당신의 숨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니까



그걸, 그 어린시절의 유약하고, 세심했던 그 아이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엄마로 투사해 버린 것이다.


때로는 아무리 사랑해도 다시는 보지 않는 편이 나은 관계도 있는 법이다.


그저 함께 했던 시간과 존재함에 감사하며

그저 잘 지내기를,

그러나 언제나 사랑하고 있음을


사랑이라는 건, 꼭 함께 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겠다.


언제나 소중할 것이다.


모든 관계에서 거리감이 고장나버리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정신 잘 차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상대방을 대하다보면 괜찮아진다.



프로젝트에서 고객사나 수행사, 작업자분들을 상대하는건 어렵지 않다.


별일 아니기 때문이다. 트러블이 있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두면 알아서 풀일 일이다.


그만큼 먼 거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차장님 말씀대로

”협력직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실제로 편해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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