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
인생에는 애매모호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애매모호함을 견디지 못해서 불행이 시작되는데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에 사로 잡혀 집착하며 온갖 망상으로 자신를 괴롭힌다.
그렇게 사고할 수 밖에 없는 필연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늘 뭔가 확실하길 바라고, 확신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나 확실해지고, 확신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애매모호함이라는 시간을 견디며 현재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켜켜히 쌓여야 한다.
그런 담대함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온전한 평화와 평정심일 것이다.
나는 너무 불안하고 불안정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840일의 시간동안 나는 나에게 애매모호함을 견디며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내가기를 소원했던 것 같다.
나아지고 있다.
물이 들어올때 노를 저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충분히 물을 탈 훈련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초석에 대해 늘 강조했는데,
진정으로 초석을 다지는 일에 진심을 다하게 된게 얼마되지 않은 것 같다.
사랑한다. 모든 걸 모든 일을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는 그 모든 사건들조차
결국엔 사랑해서 벌어진 일들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