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침습
혼자서 매우 잘 지내는 편이다.
어릴때부터 워낙 혼자서 책도 잘 봤고, 원하는 곳이 많진 않았지만 '가야겠다.', '해야겠다.' 생각하면 혼자서 잘 해냈기 때문에 뭘 해도 타인의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고등학생때부터 혼자서 좋아하는 카레볶음밥을 사먹곤 했으며, 영화도 혼자 잘 봤다.
혼자서 뭐든 잘했다.
그러던 것이 30대가 되면서 어느날 한강에 나갔다가 외로움에 습격을 당했다.
텅 빈 나의 손.
그때부터 내가 연애를 한다면 손잡고 걷는게 꿈이었다.
그 꿈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꿈을 상기시킬만한 일을 하지 않기 시작했으니까.
혼자서 잘 가던 산에도 커플이 많아진 후로 가지 않고,
독립영화관에도 커플이 많아져서 가지 않게 되었다.
재즈공연도 가지 않았고, 전시회도 가지 않았다.
한강은 당연히 가지 않았고,
혼자 집에서 너무 잘 지내게 되고, 심심하면 헬스장에 가면 되고, 도서관에 가면 되니까.
오늘 오랜만에 전직장 사원분들을 만났다.
광화문 근처에서 일하신다는 한 분의 추천으로 낮에만 가보았던 덕수궁과 정동길을 걸었다.
밤이 되니 참 예뻤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오래만에 또 텅 빈 손을 통해 외로움이 침습해왔다.
"손을 잡고, 걷고 싶다."
외로움은 의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ㄱㅎ
손을 잡는 것, 함께 걷는 것.
이 삶을 협력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일까나.
잡은 손에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며 내 손을 맞잡은 그 사람에게 심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걸까나.
냉온 기능이 있는 데이트용 손을 만들어볼까나.
이런 길은 밤에 오지 않는 편이 좋아
사랑이 그리워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