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할 수 있는가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부끄러움의 크기가 가늠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경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 성정이 고결하고 맑을수록 티끌 하나에 부끄러워하는 법이다.
그러나 나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부끄러운 것이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검고, 추악한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익명의 어떤 존재로 존재할때, 과연 사람들은 얼마나 선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생각이 나는 옛 친구란,
그 마음 자리가 참 순하고, 여렸던 세상의 티끌이 하나도 달라붙지 못할 것 같은 친구들이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당장
그 누군가가 없는 공간, 어쩌면 어떤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
어쩌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각자의 방구석, 인적이 없는 그 어떤곳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 그저 '지나가는 행인1'로 인식되는 공간에서
우리가 한 말이, 우리가 한 행동이, 우리가 한 생각이
모두에게 공개가 된다면,
우리의 가족, 우리의 친구, 우리의 가까운 직장동료,
우리가 알고 있고 우리가 알게 될 그 모든 이들
그저 나를 마냥 좋게만 봐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우리의 이 더럽고, 추악함이 공개된다면,
티끌같이 맑았던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나의 이 끝도 없는 이중성을 그들도 갖고 있기를
스스로의 추악함을 감추려 그 순수했던 존재들마저 나와 같기를 바라는 이 비열함 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