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127 오랜만에 기차

기차를 탔다

by Noname

어젯밤 기차를 타고 동생과 함께 시골에 다녀왔다.

차를 없애고 난 후, 같이 가지 못하다가 동생 동네에서 만나 같이 가게 된 것이다.



그덕에 오랜만에 기차를 타니, 옛 생각이 났다.


여장부 같이 키가 크시고, 기개가 좋으셨던 우리 외할머니는 바리바리 봇따리를 싸서 이고 지고 한손엔 손녀를 데리고 서울 이모댁을 오가셨다.


나뿐만이 아니라 동생도 할머니 손에 서울 구경을 했다.


그시절 다 그렇게 어렵게 살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녀 손을 잡고 서울을 오가시던 외할머니 모습이 눈에 선했다.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플랫폼도 사람들도 모두가 낯설지만

그 소리에 나는 다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서울 구경 실컫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팔던 김밥이 먹고 싶다고 졸라 언젠가 한번 사주신 적이 있었다. 거기엔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물이 있었는데 그 물이 참 달았던 것 같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시골에 가니

외할머니도, 아빠도, 친할아버지도


그저 거기 살아계신 그때와 같아

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강한 척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꺼내고

농담을 하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그냥 말해봐야 쓸데없는 그말을 일기에는 쓰고 자야겠다.


보고싶다고. 다들

그립다고.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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