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120 이래서 술을 마시나

by Noname

오만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던 것 같다.


부끄러웠다.


맥주가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잘 마시지 못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세모금 정도면 만취로 잠이 들곤 하니까


맥주는 20대에도 잘 못마셨다.


그중에 젤 좋아하는 건

호가든에서 나왔던 보타닉 가든?이라는 것과

코젤다크인데 어차피 세모금이 한계다보니 혼자 사먹어 본 적은 없다.


어제 코젤다크를 한캔 샀다. 커다란 캔이었다.


밤에 세모듬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남은 캔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9시였다.


꾸역꾸역 영어공부를 한시간 하고,

공허하고 부끄러워졌다.


분식을 시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코젤다크를 또 세모금 마셨다.


잠이들었다.


깨어보니 5시가 넘어있었다.


또 부끄러웠다.


운동모임에서 러닝이야기가 나와 나도 석촌호수에 꾸역꾸역 가서 달리다가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아 걸었다.


맥주로 인한 숙취가 빠져나가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또 부끄러워졌다.


집에 와서 또다시 세모금을 마셨다.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셔. 내가 술을 머신다는게 부끄러워서 그걸 잊기 위해 또 술을 마시지.”


어린왕자에 나오는 주정뱅이의 하루였다.



그냥 흥청망청 취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바르게 가다듬고 모든걸 정확하게 보기엔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흐린 눈으로 흐트러진 것들을 못본 것과 같이 넘길 수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흐트러진 나의 하루가 부끄럽기 짝이 없어 또다시 맥주를 세모금 머셔볼까한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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