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9 일상의 소중함

역시 여행이란

by Noname

역시 여행이란 내 침대의 소중함을 알기 위한 것일까

한국은 참 아름답고, 편리한 나라라는 걸 알기 위한 걸까


그 누군가에게는 지옥같은 곳일 수도 있을까

더 예쁘고, 더 친절한 나라에 가면 또 마음이 달라지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익숙함에 중독되어버리는 걸까

나의 케이스만 그런걸까


애착인형을 떼지 못한 아이가

다 자라서 애착을 느끼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그건 다른 의미에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20대,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어서 그저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을때,

누군가 그곳은 위험하지 않냐고 하면 더더욱 갈망하던 때가 있었다.


가까운 누군가보다 차라리 무심하거나 때때로 친절한 이방인이 내겐 더더욱 위안이 되었다.


세상은 혼자 사는게 아니라고,

그래서 인간은 작대기 두개가 기대어있는 모양이라고


그런데 내게, 나의 무의식에서는 인간이란 작대기가 끊임없이 나를 위협하는 그 어떤 공포였다.



타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많은 사람들과

대학 친구의 끊임없는 손길이(지금도) 있던가


다시 떠나고자 발길을 떼려다가도 머무르게 되는건


“상아야 호주가면 외국에 사는 친구 생겨서 좋겠다!”


하던 언니가 진짜로 내가 이민을 가겠다며 영어공부를 매일매일하고 시험을 보자 어쩐지 쓸쓸한 표정으로


“근데 생각해보면 자주 보는게 더 좋을거 같네.”


“언니, 나 영어 못해서 못거. 그리고 공동육아해야지. 한국에서”


그로인해 더더욱 내 일상이 소중해지고

일상을 견뎌낼 힘이 더더욱 생겨나고


무언가 대단하지 않아도

그저 이렇게 사랑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또 감사하고


잘 다녀오라고, 잘 다녀왔냐고, 잘 들어가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게

나는 그저 그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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