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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식으로 가는 길

- 보식기간

by 안녕나무

비웠던 몸을 다시 미음부터 시작해 채워간다. 장이 활동하는 게 느껴진다. 아기 이유식 할 때처럼 소화가 쉬운 음식부터 천천히 고형식으로 바꿔간다. 나이 든 몸도 아기처럼 다뤄준다. 쉬었던 위와 장이 다시 일하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보식은 단식과 다를 바가 없다. 풍욕, 니시 운동법도 그대로 하고 산야초, 상쾌 효소 등 먹는 것도 유지한다. 냉온욕과 관장도 하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단식 때처럼 다 하게 되지는 않는다. 첫날에 미음, 둘째 날 죽, 셋째 날 밥알이 보일 정도의 묽은 죽이 추가된다. 보식 사흘째, 드디어 시판 죽정도의 굵기를 먹는다. 이 얼마 만에 먹는 씹는 맛인가! 죽에 들어간 호박과 당근, 감자의 맛이 입안에서 폭죽처럼 터진다. 단식 중에 2kg가 빠지고 보식 때 다시 2kg가 빠졌다.


몸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작아졌던 옷들이 다 들어간다. 가볍고 날렵한 몸상태를 만끽하는 기간이다. 단식기간을 위해 신변정리(?)를 해놔서 시간이 많다. 깨끗해진 내 몸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정리했다. 부엌이 가장 먼저 깨끗해졌다. 냉장고도 헐렁해졌다. 보식기간에는 옷장과 책장을 정리했다.


나는 아마도 다시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갈 것이다. 자극적이고 많은 양의 음식들에 같이 숟가락을 얹고 함께 정신없이 배부르게 먹는 행렬에 기꺼이 숟가락을 얹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재미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시 윤회의 굴레로 들어갈지라도, 지금 이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해 가려 노력할 것이다. 그만큼이 내 몸에 새로운 습관으로 쌓일 테니까. 일보 전진, 이보 후퇴하며 나는 이번 생에서 나아갈 뿐이다.


하루하루 먹을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것이 너무 기쁘다. 그리고 다음 주는 무엇을 먹을 수 있나, 어떻게 조합으로 먹을까 하는 생각에 행복하다.


Дарья Яковлева@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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