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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Jun 11. 2024

단식을 앞두고 소보루빵을 먹었다

© ericatan5566, 출처 Unsplash



"단식하기 이틀 전에는 죽을 먹어야 해요" 

오랜만에 정통(?) 단식을 앞두고 생활단식을 지도해 주던 수수팥떡에 연락했더니 주의사항을 알려주셨다. 우 편으로 죽염, 상쾌효소, 감잎차, 관장기 등의 단식물품과 안내 책자도 받았다. 단식은 큰 아이 두 살 때 건선이 생겨 낫는 방법을 찾아가다 만난 아토피캠프에서 알게 되었다. 대학 때도 관심이 있어 정두석 님의 '사람을 살리는 단식'을 따라 하다 손이 벌벌 떨려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수수팥떡이라는 곳에서 일상에서 가능한 생활단식프로그램을 만들어 안내해 주었는데 배고프지 않고 힘들지 않게 5일 단식을 성공했다. 1년에 한두 번 신청해서 따라 하다가 언젠가부터는 물품만 사서 필요할 때마다 혼자 진행해 왔다. 단식을 해보면 내 먹는 것을 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생겨 신기했다. 그 남는 시간과 에너지는 가족들의 먹는 것을 맑게 바꾸고, 비어진 내 몸을 건강하게 채울 궁리로 갔다. 


40대가 넘어서니 단식을 하고 머리가 많이 빠지는 일이 있었다. 그때부터 정통(?) 단식보다 약사 친구에게 소개받아 FMD(Fasting Mimicking Diet)를 했었다. 그전에 배운 단식을 기본으로 해서 죽염, 효소, 감잎차를 소식레시틴과 영양제로 바꿨다. 하루 총섭취를 800Kcal 미만으로 제한해 단식과 같은 작용이 몸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이 그 원리였다. PT를 받을 때라 FMD가 끝나고 인바디를 재었는데 코치가 근육은 그대로 유지하며 체지방만 빼왔다며 뭘 먹었느냐고 물어왔었다. 정통단식이 끝나면 얼굴에 맑은 빛을 내게 한다면, FMD는 건강한 빛을 내게 했다. 하지만 FMD는 비용이 많이 든다. 단식물품이 10만 원이라면 FMD 물품은 50만 원 정도 든다. 오랜만에 단식을 신청했더니 물품 비용이 많이 올라 차이는 줄었지만 아무튼 보조 영양제를 함께 먹기 때문에 FMD가 비용이 있다. 


이번에 수수팥떡 간사님과 통화하며 탈모 얘기를 하니 풍욕을 안 해서 그렇다고 했다. 혼자 하더라도 단식 스케줄을 철저히 지키는 편인데 유일하게 안 하고 넘어가는 게 풍욕이다. 뜨악했다. 


나는 체중이 쉽게 느는 편이다. 잘 관리하다가 한 번 고삐가 풀리면 먹는 것이 먹는 것을 부르는 것처럼 먹게 된다. 주로 시작은 저녁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 단초가 된다. 목 넘기는 맛이 배부른 것보다 훨씬 앞선다. 먹는 것에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어느샌가 식욕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조절이 안되기 시작하면 단식을 할 때가 된 것이다. 단식으로 입맛을 초기화하고 체중을 조절한다. 길게는 매 년, 짧게는 매 분기 윤회처럼 이 과정이 돌아간다. 가끔 순식간에 늘어난 체중을 확인하며 한심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도착한 단식 안내 책자에 단식을 하는 이유와 바라는 바를 적었다. 남은 백두대간 종산을 앞두고 무릎보호를 위한 체중조절, 맥주 마신 후 몸이 간지러워지는 것, 치질, 정신없어진 생활 등을 적었다. 오늘은 매일 먹을 죽염 등등을 미리 소분해 놓고, 풍욕, 냉온욕, 운동을 할 시간표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단식하기 전에는 집안 정리를 하고 싶어 져 어제부터 틈틈이 부엌 서랍들을 들어내고 묵은 먼지를 닦고 필요 없는 것들을 빼내고 있다. 몸 구석구석이 청소되듯이 단식 때 집에 평소에 손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쓸고 닦고 하면 내 몸도 이렇게 되는 중이겠지 싶다. 


이번 단식은 이후에 생체식을 이어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아 참참. 어제 죽 대신 샐러드와 방울토마토를 먹다가 밤에 최강야구를 보면서 허기가 져서 소보루빵과 포테이토칩 한 봉지를 먹었다. 단식 할 껀데 뭘, 싶어 단식 전에 다 먹어두려 하게 된다. 오늘부터는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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