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나무 Dec 07. 2023

함께 하는 운동 재미

- PT를 친구와 같이 받다. 

육아휴직 하다 복직한 친구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면 하나씩 장기를 떼어냈다는 소식이 들렸다. 딸 쌍둥이를 키우고 복직한 정경이는 담낭을 떼어냈고, 다람쥐처럼 활발한 아들을 키우다 복직한 혜원은 맹장을 떼냈다. 하나같이 퇴근하고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이라고들 했다. 예정에 없던 셋째가 생겨 육아휴직이 길어진 동네친구가 드디어 복직을 하게 되었다. 아이 셋에 복직이라니! 내가 다 걱정이 되었다. 복직 전에 단도리 해 놓아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건강을 챙기는 게 제일 필요해 보였다. 나도 마흔 넘어가며 몸을 잘 건사할 필요를 뼈저리게 느꼈던 터라 집 근처에 운동할 곳을 같이 알아보기로 했다. 수영을 다녔던 근처 초등학교 체육관에 헬스장을 같이 다니기로 했다. 아이 셋 엄마의 복직이 딱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쫄쫄이 옷을 입고 남자 코치에게 받는 PT(Persnal Training)는 어색했다. 붙는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는 정확한 동작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타깃이 되는 근육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였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 자세 잡을 때도 붙은 옷을 입으니 훨씬 잘 보이긴 했다. 그래도 체육관 들어설 때마다 민망했다. 친구와 서로 보고 웃기도 하고 어떻게 입었나 보기도 했다. 수업 첫날, 체중을 재고 거울 앞에 서서 자세를 살폈다. 나는 어깨근육은 긴장된 채 솟아있고 앞으로 말린 라운드 숄더였다. 서 있을 때 허리를 앞으로 많이 내밀며 있는데 과신전된 상태였다. 발바닥 전체로 땅을 누르고 서서 찬찬히 몸을 살펴보았다. 쉽게 아픈 어깨와 허리의 원인이 살펴졌다. 동작을 할 때 각자 현재 자세가 어떤지를 의식하며 바른 자세로 잡아 나가기로 했다. 무거운 것을 들고, 열심히 뛰고 땀을 뻘뻘 흘리는 운동을 생각하고 갔는데 동작은 하나씩 신중하게 해야 했고 달리기는 빠른 걸음으로 시간을 길게 해서 뛰어야 했다. 


25년 경력의 코치는 초등학교 체육관서 가르치면서 학부모들 사례를 많이 보았다고 했다. 운동을 배우고 갔다가 폐경기를 지나면서 근육이 확 빠져 너무 힘들다며 다시 운동하러 오는 사례가 많다고 알려줬다. 하루라도 젊을 때 근육을 많이 저축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아이 젖을 먹였던 친구는 몸이 많이 틀어져 있었다. 스쿼트 하나를 배울 때도 발끝, 무릎방향, 골반을 바르게 잡아가며 한 동작 신중하게 해 가며 몸을 다시 재 정립해 갔다. 둘이 받는 PT지만 금액은 1:1과 별반 차이가 없어 이상했는데 막상 해보니 한 명이 동작하고 쉴 때 다른 한 명이 선생님과 동작을 이어해서 결과적으로는 혼자 수업받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운동의 타깃이 되는 근육의 움직임을 상대방 몸을 통해 잘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서로 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달라 몸상태를 비교해 가며 이해하기도 좋았다. 여러 장점 중에 제일 큰 장점이 있었는데 그건 운동하며 지치지 않는다는 거였다.  


코치는 운동 첫 주에 간단한 식단 가이드를 카톡으로 주고 PT 주 3회 끝나고 유산소운동으로 러닝머신 40분을 뛰고 가고 운동 없는 날도 나와서 40분씩 뛰라고 권했는데 둘이 세 달 동안 그대로 지켜했다. 이대로 따라 하면 한 주에 0.4-5kg씩 빠질 거라고 했는데 정말 몸무게가 하향곡선을 그으며 내려갔다. 둘이 함께 운동하고 오가며 서로 뭐 먹었는지 얘기하고 같이 장을 보며 자연스레 식단이 지켜졌다. 수업이 없는 날도 아이들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같이 체육관으로 갔다. 나는 몸무게가 빠질 만큼 빠졌다. 몸은 정직했다.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싶어 느슨해 지려 하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친구가 보였다. 나도 멈출 수가 없었다. 같이 운동하는 장점이 이런 거구나.  


함께 운동한다는 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인데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여중, 여고를 다니며 체육시간 말고 따로 운동한 기억이 없다. 피구 정도? 그러니 친구와 함께 운동한 기억이 있을 리 없다. 함께 하는 운동은 효과도 좋았지만 사람을 사귀고 만나가는 방법이기도 했다. 운동을 함께 하지 않았다면 친구가 이렇게까지 성실한 사람 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친구는 나와 같은 식이요법을 해도 체지방이 더 잘 빠졌지만 근육은 잘 안 늘었다. 팔 힘은 미는 힘은 강하고 당기는 힘은 약한 특징이 있다. 그리고 러닝머신 뛸 때 스우파를 보는 걸 좋아했다. 


PT를 마지막으로 갈수록 체육관에 못 와도 운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집에서 할 수 있는 동작들에 집중해 알려주었다. 마지막 수업 날, 코치는 우리에게 진짜 열심히 했다고 인정해 주었다. 뜨겁게 3개월 운동을 마치고 복직을 예상대로 힘든 해를 보냈다. 그러나 운동한 덕인지 아프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친구는 드물지만 가능한 날엔 체육관에 들려 근육운동을 이어갔고 나는 바른 자세를 몸에 더 익히고 싶어 PT를 한 번 더 연장해 운동을 이어갔다. 



작가의 이전글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