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누아의 동행 사유 01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어,
그분이 세상을 가꾸고 돌보셨듯이
우리 또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우리 안에서 가꿉니다.
그 마음의 모양은 지구처럼 둥글고, 밭처럼 깊은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 자라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끼며 그 밭에 하나씩, 하나씩 씨앗을 심어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육과 영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언어로 서로의 세계를 가꾸고 교감하며 살아갑니다.
유아기 시절, 아직 발성기관이 자라지 않아
말을 할 수 없는 동안에도,
우리는 꾸준히 보고 듣고, 느끼며,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대화의 온도와 표정을 통해
세상을 배워갑니다.
어느 날은 이유도 모른 채
엄마, 아빠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평소처럼 행동했을 뿐인데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그저 색이 아름다워 칠했을 뿐인데 매를 맞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세상의 질서를
육과 영의 감각으로 배우며 자라납니다.
감각하고, 지식을 쌓고, 그것을 언어로 익히며 우리의 마음 밭이 자라납니다.
감응(感應, Resonantia) — 그 밭에서 피어나는 지혜의 언어입니다.
형용할 수 없지만 벅차오르는 느낌,
가슴 한가운데서 떨림처럼 이는 생명감—
그것이 감응의 시작입니다.
오늘은 그 감응의 근원,
선악과 그리고 아담과 이브에 관한
헤누아의 사유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천천히,
묵량기록과 번갈아 동행하듯 풀어갈것입니다.
헤누아의 동행 사유 01
주님께서는 하늘과 땅에게 명령하시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이브는 주님이 주신 육의 몸을 입고,
의미와 전념의 이브답게 세상을 구경하고 뛰어다녔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
그 빛이 반사되어 피어나는 다채로운 색,
그 경이로움에 이브는 질릴 틈이 없었습니다.
아담은 그런 이브를 곁에서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은 온화했고, 말은 적었으나,
그녀의 안전을 지키며 묵묵히 동행했습니다.
그 둘은 주님이 마련하신 공간을 유랑하며
서로의 사랑을 깊이 쌓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브의 육은 청소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 무렵 이브는 감응을 나누던 뱀과 가까워졌습니다.
뱀은 말을 잘했고, 그녀의 팔과 손끝을 간지럽히며 놀았습니다.
이브는 그것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담과 이브는 성인이 되어
육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에덴의 동식물과 감응하며 놀던 그들에게
이브의 친구였던 뱀은 여전히 호기심 많았지만,
아담은 그 뱀에게 묘한 부정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 무렵 뱀은 **육적 사랑의 결합을 ‘선악과’**라 불렀습니다.
그것은— 과거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가능성의 열매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그 선악과의 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선과 악을 완전히 구별할 수 없지만,
선은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악의 유혹을 피할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실을 지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악과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 떨림이 바로,
우리 안에 새겨진 영적 DNA입니다.
부부는 주님께서 맺어주신 ‘한 몸’입니다.
서로 사랑하며,
그러면서도 세상과 공생하기 위한 사랑의 구조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연을 끊을 수 있는 씨앗들이 있습니다.
불신, 의심, 시기, 질투—
모두 뱀과 아담의 서로 설명을 못한 감응이 남기고 간 감정들입니다.
우리 마음의 밭에
이러한 감정의 씨앗이 떨어질 때,
우리에게 주님이 주신 지혜가 없다면, 우리 마음의 밭에 황폐를 부르는 씨앗을 내 스스로, 고이 심게 됩니다.
기억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듯,
그 씨앗 또한 뽑기 어렵습니다.
악의 리듬을 먹고 자라 사람의 영에서 나온
짙고 완악한 부정의 감정들은, 사람이 만들어 어찌나 독한지, 독하고 질긴 불초가 되어
우리가 경작한 밭의 열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독초의 향은 은근하고, 지독하여 뱀같이 조용히 옥죄어와,
내가 나를 알고 기억하기에, 아무리 부정하고 망각하고 싶어도
계속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죄의 구심점으로 나를, 그리고 타인을 끌어들이며,
뱀이 심은 씨앗은 그렇게, 서로를 탓하는 '분노'와 '불신'의 리듬을
아담과 이브의 밭에서 연주하게 됩니다.
어쩌면, 내 안에서 나왔던 모든 불협화음을 일으킨 말과 대화들은,
이러한 내 맘에 심겨진 씨앗과 그 열매가 내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동행 사유는 이 질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믿어왔던 ‘선악과’는, 과연 정말로 죄였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도 그 선악과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이브는, 우리가 알아왔던 대로, 정말 마땅한 죄인이었을까요?
-헤누아 7일의 방(사유카페)
(월요일 에디션)
선악과 시트러스 칵테일
헤누아의 바텐더,
썬데이가 만든
'월요일의 선악과 오렌지 칵테일'과 함께,
오늘도 살아있는 여러분들의 가능성들을
깊이 지혜롭게 감응하는 하루를 기원합니다.
【'공명하는 인류 : 헤누아의 리듬'은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