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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식성 염소 Jun 13. 2024

콘텐츠에서 시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방식_장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염소의 콘텐츠 썰

최근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마다가스카르의 독특한 장례문화 '파마디하나'를 경험하는 것을 본 적 있다. 긴 시간을 주기로 무덤에서 시체를 꺼내어 새롭게 천을 두르고 가족과 만나게 하는 장례 형식이었는데, 죽은 아이의 시체를 꼭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과 잔치같은 마을 분위기가 대조되며 묘한 분위기를 풍겨냈다. 어머니는 마치 오래전 죽은 내 아이의 몸을 다시 안아볼 수 있는 그 시간을 위해 나머지 시간을 견뎌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틋했다. 무덤을 파고 시체를 꺼내는 것을 죄악시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앞으로도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무엇보다 다정한 장례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3> 스틸컷


한 여성 장례지도사의 이야기를 다룬 책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에서 역시 아이의 죽음에 관련된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중세사를 전공한 글쓴이는 아이를 삶고 뼈를 갈았다는 이유로 화형을 당한 수많은 마녀들의 이야기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다. 아이를 불태웠다는 이유로 (아마 대부분의 소위 '마녀'들은 아이를 불태우지 않았겠지만) 죽음을 당한 마녀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그녀가 아이의 시체를 잘 화장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행위는 똑같지 않은가, 화장 절차는 시체를 굽는 것으로 시작해 뼈를 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런데 중세의 마녀들은 죽음을 당했고 글쓴이는 아이를 잃은 가엾은 부모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있었다.


'부관참시' 문화에서 자라난 내가 '파묘'를 보며 공감했듯이 마다가스카르의 사람들은 영화 <파묘>의 기본 개념 자체를 이해못할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의 시체를 굽고 뼈를 가냐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은 뼛가루를 보관하는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중세시대에 뼛가루 보관 상품을 판매한다면 바로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을 것이다. 


앞선 이야기들 처럼 '장례'라는 하나의 단어에는 많은 모습들이 포함되어져 있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 바뀌지는 않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에서 다르게 지켜져온 방식일 수도 있고 같은 문화권임에도 시대에 따라 변화되었을 수도 있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기에 그래서 장례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기에 어쩌면 콘텐츠에서 시대와 배경, 등장인물의 가치관과 갈등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식은 장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타인만이 경험하는 일이 아니니까, 나도 경험할 일이니까, 하지만 내가 나를 위해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 시대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취해졌을 것이고 그 반대급부로 '죄악시 하는 것'이 탄생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갈등과 분란 속에서 장례문화가 발전되어 왔을지 상상해보면 시대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방식이 장례라는 것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영화 <파묘> 스틸컷


아주 어린 시절,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시골에 찾아가는 코너를 진행했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조차 안나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 분들이 많이 나오는 코너였고 나는 기억이 나는 선에서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서웠다. 공포스러움에 잠을 설쳤던 어린 날의 내가 아직도 선명하다. 사회를 배우고 장례를 경험하고 부고 문자를 받는 어른이 된 나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고 무섭지만은 않지만, 내가 죽고나서를 한 번쯤은 상상해본적이 있다. 상상 속 나의 장례 역시 한국스럽고 현대스러운 모습이었다.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해가고 있으니 장례문화는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며 개인화 될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서) 그리고 그러한 문화는 또다시 콘텐츠 속에 녹여지겠지. 인류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죽음이 더 이상 공평해지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 다시 새로운 장례문화를 녹여냈거나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콘텐츠를 만난다면 소개해드리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공평하게 찾아갈 일이기에.




염소의 추천 도서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글쓴이가 겪은 사람과 장례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다소 파격적인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은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서의 장례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죽음을 거의 경험할 일이 없는 일반인인 내게 죽음과 장례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도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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