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이케아에서 배송된 박스 쓰레기였다. 우리 집의 구조는 현관을 들어서서 좌측은 부엌, 우측은 거실의 시작이다. 즉, 거실에서 부엌으로 이동하려면 현관을 지나쳐야 하는 구조. 외출 시 버릴 배송박스들이 쌓여있는 공간을 지나쳐야 녀석들은 냉장고로 갈 수 있었다.
"엄마, 쓰레기가 너무 많아." 한 녀석이 말했다. "응, 이따 버리자."라고 대답하자, "지금 버리면 안돼요?"라고 묻는 녀석. "그럼 너희들이 버리고 와."라고 대답했다. 녀석들은 한국에서도 집 밖에 녀석들끼리 나간 적이 없다. 이제 초1 1학기를 지내왔기에 매일 데려다주고, 데리고 왔다. 그래서 당연히 나갈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뿔싸.
녀석들이 신이 났다. 무서운 속도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그녀들. 큰일이다. 매일 쓰레기를 버릴 수 있지만, 시간이 정해져 있다. 주말에는 낮시간에 버릴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평일은 아침, 저녁만 가능한데...
서둘러 상황을 이야기했다. 큰 실망을 하며, 그러면, 본인들끼리 산책이라도 나가겠다고 우긴다. 엄마랑 같이 나가자고 하니, 한사코 거절한다.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아빠와 통화 끝에 엄마와 함께 나가는 것을 수용했다. 대신 엄마는 유령처럼 맨 뒤에 따라가기로 했다.
서늘해졌다. 32도로... 하지만, 역시나 뜨거운 날씨다.
녀석들도 40도 넘는 날들을 경험하고 나니, 우산을 챙겨든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는 녀석들이 기특하다. 오늘 산책 목표는 놀이터 찾기다. 아파트 길을 요리조리 헤쳐가며, 잉어도 보고, 매미 우는 소리도 따라 해본다. 3호는 줄넘기를 하며, 뛰어다닌다. 그냥 걸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니 그녀는 얼굴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땀 뒤범벅이다.
그렇게 10분 정도로 돌아다녔을까?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놀이터를 발견했다. 신이 나서 뛰어가는 녀석들, 하지만, 이내 돌아온다. 놀이기구가 뜨거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뜨겁게 달구어진 놀이기구는 탈 정도가 아니었는지, 시원해지면 다시 오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