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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미라클, 그 후 –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만나다

구글 트레이너가 되었지만, 구글을 열 수 없는 나라에 왔습니다

2025.4.29 책과강연 아침강연.png


1년의 미라클, 그 후 –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만나다

구글 트레이너가 되었지만, 구글을 열 수 없는 나라에 왔습니다.

- 변곡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엄마, 방귀 뀌었어?’

이 짧은 한마디가, 한 가족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기쁨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석규, 김서형 배우가 주연한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실제 주인공, 인문학 작가 강창래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이혼 수속 중에 아내의 대장암 말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요리조차 해본 적 없던 남편이었지만, 아내를 위해 매일 서툴지만 정성껏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 작은 순간들이 쌓여,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서로를 빛나게 했습니다. 그는 두려움 앞에서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루하루 해냈습니다. 그 꾸준함이 결국, 누구보다 따뜻하고 빛나는 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 첫 책 '1년의 미라클'이 출간된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 이후의 변화와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 후, 제게 찾아온 예상치 못한 변곡점과 그 속에서 다시 내딛게 된 작은 발걸음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기적 같은 1년, 그리고 그 이후

2024년 5월, '1년의 미라클'을 출간하고 처음으로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책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었죠. 하지만 바로 그때, 삶은 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살 건데?"


갑작스러운 가족의 중국 이주가 결정되었습니다. 남편은 6월에 먼저 출국했고,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세쌍둥이들을 돌보며 강연과 해외 이사를 동시에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미술심리상담사, 부모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구글 공인 교육자 L1, L2 과정도 모두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구글은 중국에서 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구글 트레이너가 되었지만, 구글을 열 수 없는 나라에 왔습니다.”

삶이 던진 작은 농담 같았습니다.


낯선 땅에서의 시작, 언어의 벽

"니하오(你好)"와 "씨에씨에(谢谢)" 딱 이 두 마디만 알고 중국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이 간단한 인사말조차 녹록치 않았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한자들이 벽처럼 느껴졌죠.


낯선 땅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것들이 하나둘 무너졌습니다. 말 한마디, 글 한 글자도 몰랐기에 단 3일 만에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은 금세 알아챘죠. "아빠 없으면, 엄마는 아무 데도 못 가잖아."


학교는 아직 방학 중이었고, 이사짐은 한 달 뒤에야 도착할 예정이라 텅 빈 집에서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첫 외출을 감행했고, 그때부터 작은 발걸음들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의 적응과 엄마의 도전

아이들 개학이 시작되면서 저의 중국어 학습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발음도, 성조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중국어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어, 어렵지 않아?" 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어렵지~ 하지만 중국에 살려면 배워야 하잖아. 괜찮아."


그 말 한마디에 저는 "아!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발음을 그대로 흡수하며 새로운 언어를 익혀갔고, 저는 우리집 중국어 서열 5위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멈춤, 슬개골 골절

저도 5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살기 시작했습니다. 왕복 3시간을 들여 쑤저우 대학교 어학당을 다니고, 두 달 만에 중국어 중간고사를 봤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몸이 부서지듯 멈춰버렸습니다.


슬개골 골절.


주말부부로 살고 있었기에 남편도 곁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동산 아저씨가 학교에 데려다주고, 저는 남편 동료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가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며칠 후, 홀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들과 떨어졌고,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습니다. 82세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오갔고, 나머지 시간은 침대에 누워 지냈습니다.


그 침대 위에서 저는 조용히 물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변곡점에서 만난 나 자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그 순간, 갑자기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변곡점을 맞이한다면, 나는 그라데이션이 없이, 지나온 면과 새롭게 살아갈 절단면이 명확했으면 했다."


바로, 제 책 '1년의 미라클' 1장에 있는 문장입니다. 과거에는 제가 작정하고 그 절단면을 만들고 싶어했다면, 이번엔 너무 당황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럽게 누군가 저를 거기다가 데려다 놓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정말로 그 절단면 앞에 서 있었습니다.


AI, 새로운 기회의 문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춰버린 바로 그때, 저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더 절실히 느꼈습니다. AI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이 변화에 현명하게 탑승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책과강연 이정훈 대표님께 두 번째 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AI와 관련된 내용으로 기획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AI를 진지하게 공부하고,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방향'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구글도 사용할 수 없고, 몸도 언어도 모두 멈춰 버렸지만, AI는 저에게 그렇게 또 하나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멈춤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시작

AI를 미친듯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AI 북클럽을 2월에 시작해 3개월 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책 한 권을 함께 완독했습니다. 이제 곧 4기를 시작합니다.

또한, AI와 구글을 접목한 강의를 매월 큐리어스와 책과강연 스펙강연을 통해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과강연에서 만난 저 포함 6인의 작가님들과 함께 한국디지털퍼스널브랜딩협회를 만들어, 첫 번째 강의 모객, 완판을 이루었습니다.


멈춘 듯했던 시간, 그 한가운데서 조심스럽게 내디뎠던 작은 발걸음이 이렇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멈춰선 자리에서 다시 움직이는 그 첫 걸음, 그것이 진짜 기적이었습니다."


백만보 프로젝트, 꾸준함의 힘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뉴미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삶에 스며드는 프로젝트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백만보 프로젝트입니다. 백일 동안, 하루에 만 보를 걷자는 단순한 목표였지만, 저에게는 무척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백만보 프로젝트 1기 도중, 예상치 못한 슬개골 골절을 겪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리더로서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때 제 선택은, '그래도 고고!' 멈추지 않고 함께 응원하며 1기를 마무리했고, 2기도 오픈해서 두 번째 백일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을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5개월 동안은 제대로 걷지 못했지만, 함께 걷는 분들의 발걸음을 보며, 저도 다시 '보통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변화는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됩니다

생각해보면, 변화는 거창한 목표나 완벽한 계획이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 짧은 시간이라도, 밥 먹듯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스며들게 하는 것. 그것이 결국 가장 단단한 변화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하루하루 작은 걸음을 모아간다면, 언젠가 우리는 분명히 또 다른 변곡점 위에 서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얼굴은 오늘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해져 있을 겁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그 이후의 1년'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그 모습을 떠올리며, 저와 함께 오늘 한 걸음 더 내디뎌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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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른 아침, 책과강연에 함께 해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25.4.29 류지연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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