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새벽 3시 30분.
깜깜한 천장 아래, 내가 가장 익숙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나는 방콕에 있다.
여기와 한국은 두 시간 차이,
늘 6시에 하던 운동 루틴에 맞추려면 이곳에선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중국에서보다 한시간이 더 당겨진 것이다.
어제는 이동으로 빠졌다.
오늘은,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마치 숨 쉬듯, 이건 그냥 나의 하루였으니까.
하지만 충전해두지 못한 휴대폰,
설정하지 못한 알람,
낯선 침대와 시차 속에서 나는 깊은 잠에 빠졌고—
그런데도, 눈이 저절로 떠졌다.
혹시 늦잠인가 싶어 시계를 봤다.
새벽 3시 30분.
소름이 돋았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매일 반복된 루틴이 시간표가 아니라 내 몸의 리듬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곧장 호텔의 24시간 짐으로 향했다.
줌을 켜고,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푹 쉬지 왜 왔어?”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억지로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냥 그 시간에 거기에 있어야 내 하루가 온전해지니까.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렇게 꾸준할 수 있는 비결이 뭐예요?”
하지만 꾸준함은 ‘오늘은 나 좀 괜찮게 살아볼까?’ 하는 기특한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보다 더 깊고 본능적인 무언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든 작은 고정점에서 비롯된다.
그건 앵커다.
낯선 도시에서도, 시차 속에서도 나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하나의 삶의 닻.
그 새벽, 나는 다시 나를 만났다.
그리고 오늘도, 내가 나로 살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