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번개가 그리 세진 않았지만
밖은 꽤 요란했다.
잠결에 천둥소리를 들으며 문득 깨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오늘은 정말이지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날이구나.
"아 이게 얼마만의 일이지?"
함께하는 운동도 없고,
백백스쿼트도 없고,
해야 할 프로젝트도 없었다.
그 흔한 책임도, 역할도 없었다.
혼자 있는 아침은 어딘가 허전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평화로웠다.
느리게 준비하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몸을 움직였다.
그래도 몸은 움직여야 하니까, 운동하러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났던 한 사람.
걸음이 야릇한,
느릿한 발걸음의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어제 새벽 4시
태국 여성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스레 들어온 그분은 7처음엔 그냥 둘러보다 가시겠지 싶었다.
그런데 팔 운동 기구 앞에 앉아 곧장 구령을 붙이며 운동을 시작하셨다.
그 목소리, 낯설게 들리던 구령,
다시 귀를 기울이니, "이 얼 싼 쓰 ... " 익숙한 중국어 구령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묘하게도 힘이 있었다.
뒤이어 나타난 젊은 3명의 조력자들. 할아버지의 쉐이크를 준비하고, 기구를 세팅하고, 옆에서 함께 러닝머신을 타며 살뜰히 챙겼다.
정해진 루틴이 있는 듯했다. 기구를 옮겨가며 운동을 이어가는 그 모습은 젊은이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느릿한 걸음만으로는 상상도 못 할 ‘단단한 삶의 의지’였다.
몸을 풀고 러닝머신에 올라 스타트 버튼을 누를 때까지, 강렬했던 어제의 기억이 생생하게 몰려왔다.
오늘 그분은 오셨을까?
나는 모르지만, 그 분의 걸음과 자세는 내게 분명 무언가를 남겼다.
내가 아직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그 자유를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지금,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