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하나 태우고, 아차 싶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빴을까.
중간고사 준비에, 강의 준비, 태국 여행, 다시 강의까지.
하나 끝나면 또 하나, 숨 돌릴 틈이 없었다.
그 사이, 구글 도구가 어떻게 삶을 편하게 해주는지 알려주겠다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내 삶은 점점 더 빡빡해졌다.
어제 강의를 마치고 나니, 내 몸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박박 긁어썼다는 것을 느꼈다.
잠도 부족했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겼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그런데 잠시 방에 들어갔다가 깜빡했다.
3호가 뛰어와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더 한참 뒤에야 알아챘을 거다.
연기 가득한 부엌은, 모두 제자리에 있는 듯하지만,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정리되지 않은채 앞으로 전진만 한 내 모습 같았다.
정말 정신없이 살아왔구나 싶었다.
냄비하나 탔을 뿐인데, 괜히 마음이 울적했다.물론 부엌이랑 친하지 않은 내게. 냄비를 때우는 일은 왕왕 있었다. 하지만 오늘 느낌은 조금 달랐다.
아마도,
이쯤에서 잠깐 멈추고 정리하라는 신호였을까?
냄비는 태웠지만, 그 덕분에 내 생활도 한번 들여다보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1년의미라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