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시작되는 백만보 프로젝트 3기에서 느린 달리기를 도전해보려고 한다.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사실 두렵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오늘 아침, 부슬비에 내 발걸음은 더 긴장됐다. 택시에서 내려 도로의 화단 사이를 통과했다. 걸음은 느려졌다.조심스레 한 발, 또 한 발. 그런데 쭉~~하고 미끄러졌다. 넘어지진 않았지만, 섬뜩했다. 흰 신발에 왕창 묻은 진흙은 순간 마음까지 더 얼어붙게 했다.
나는 슬개골을 다친 이후, 조심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달리기를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한 번 달려보자고, 못 할 것이 무엇이냐고, 그렇게 나를 불러낸다.
머리로는 안다. 달리기는 고통스럽다. 숨이 턱에 차고, 다리는 무겁고, 심장은 겁을 낸다.그래도 기억한다.그 무게를 통과해야만 만나는 감정들이 있었다. 그 뜨거운 순간들이 내 안에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다리는 여전히 무겁다. 해도 되는 건가,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도 시작해보려 한다. 이번에는 욕심내지 않는다. 시간도, 속도도, 완주도 내려놓는다. 내가 달리고 싶다는 그 마음.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한 걸음이면 된다. 그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두 걸음이 나를 새로운 풍경으로 데려갈 것이다.
나는 다시 달릴 것이다. 예전만큼 달리지 못해도 괜찮다. 달리는 그 순간의 숨소리, 땀방울, 그걸 타고 내려오는 뿌듯함. 나는 그걸 다시 느껴보고 싶다. 아니 결국, 달리기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다시 확인해보고 싶을 뿐이다.
#1년의미라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