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결혼기념일
2006년 5월 27일, 그날을 ‘1일’이라 부르면, 오늘은 6,940일째다.
19년, 이제부터는 20년 차 부부가 되는 첫날.
결혼 후 11년 가까운 시간을 둘만의 시간으로 살아냈다. 서툴고, 모자라고, 때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밥을 먹고, 여행을 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며 부부로서의 리듬을 만들어 갔다.
그러다 2017년 11월, 세 아이가 한꺼번에 우리 품에 안겼다. 세상의 모든 축복을 한 번에 받은 것처럼 기쁘면서도 삶의 모든 방식이 바뀌었다.
‘나’는 사라지고, ‘우리’도 잠시 뒤로 밀려나고, 오롯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밤낮없이 달려온 8년.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키우는 일이었다. 책임감이란 단어의 무게를, 사랑이라는 감정의 깊이를 전혀 다른 결로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내가 퇴사하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남편은 여전히 우리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묵묵히 버티고 있다. 그 모습이 고맙고, 또 멋지다. 아무리 바뀌는 환경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 그게 지금의 남편이다. 말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내는지.
우리 아이들도 그저 건강하고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매일매일 칭찬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오늘,
6,940일째 되는 이 날을 조용히 기록해 본다.
그는 지금 나와 약 360km 떨어진 곳에 있다.
매주 힘든 내색 없이 오가서 그리고 이곳이 너무나도 큰 대륙이어서 못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매주 오가는 것이 그렇게 어 가까운 거리는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거창한 기념도, 화려한 축하도 없지만 그저 이 하루를 돌아보고,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느껴본다.
우리가 쌓아온 날들,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날들까지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그렇게 살아간다.
#1년의미라클 #열아홉번째결혼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