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2026 새해 아침

상해의 첫 아침, 결심 대신 기준을 세우다


작년의 나는 슬개골 골절로 움직일 수 없는 시간 속에 묶여 있었다. 웃고 있었을 때도, 삶은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올해는 조금 다르게 여행지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

여행이 늘 그렇듯 시작할 때는 알 수 없다. 막연한 기대만 품은 채 출발하고, 그 앞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는 끝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 서서

그 여정을 돌아봤을 때 웃음으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상해에서 맞이한 1월 1일의 첫 아침, 2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전 이미 눈이 떠졌다. 보통 때보다 한 시간 이른 시간에 기상했다. 책강의 이정훈 대표와의 짧은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남 후, 일어나 무언가를 하기엔 호텔의 공간도상황도 여의치 않아 다시 잠을 청했다.


오늘도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이니 특별할 수도 있었겠지만,

마음은 생각만큼 달라지지 않았다.


그 담담함 속에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새해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면 좋을까?


결심으로 맞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각오를 세우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충분히 버텼고, 이미 충분히 걸어왔기 때문이다.


올해의 시작은 무언가를 더 잘 해내겠다는 마음보다는

이제는 덜 소모되게 살고 싶다는 태도가 어울렸다. 더 빠르게 가기보다 조금 천천히,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게.

더 많이 하겠다는 다짐 대신 지금 하고 있는 것 중

무엇을 계속 가져갈지, 무엇을 내려놓을지 그 기준을 세우는 마음이면 충분했다.


여행지의 아침이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새해 첫날의 마음이 평소와 비슷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담담함이 한 해를 오래, 끝까지 살아내게 해 줄 테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도 그런 짧고도 긴 여행의 모음이 아닐까.


2026년을 상해에서 시작해 2026년의 마지막 날,

“잘 걸어왔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얼굴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잘하려 애쓰지 않고, 무너지지 않게. 더하지 않고, 정리하면서. 그 정도의 마음으로 나는 이 해의 첫 페이지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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