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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데이 May 20. 2022

<나의 해방일지> 구씨 눈에 비친 세 가지 빛

나의 해방일지

종영할 때 까지만 과몰입을 이어가 볼게요^~^ 감독님의 의도와 다르거나 배보다 배꼽이 큰 해석일 수 있습니다. 귀엽게 봐주세요.(?)



  평소의 나는 연출이나 숨겨진 의미를 그렇게 주의 깊게 보는 시청자는 아니다. 내 신경은 보통 서사, 대사, 배우의 연기에 집중되어있고 연출 관련해서는 우연히 다른 이의 해석을 보게 될 경우 '오... 그랬구나' 하고 감탄할 뿐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워낙 연출이 스토리와 탄탄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내가 하도 여러 번 보아서 그런지 '영상미 좋네' 를 뛰어넘어 여러 가지 해석을 하게 된다. 종교적 메타포 같은 경우는 필자 또한 느낄 수는 있었으나 종교와 관련하여 정확하고 자세히 알지 못해 직접 설명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오늘 구씨의 눈빛에 대해 말하고 싶다.


1. 불투명한 빛

  미정을 솔직하지 못한 마음으로 밀어낼 때, 구씨의 눈빛은 유독 불투명해진다. 유리에 비친 빛 때문인데 이게 우연인지, 연출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정이 눈에 구씨는 '투명한' 사람인데, 그의 눈빛이 불투명해질 때 그는 과장된 말로 미정에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듯하다.

동태구씨
웬일이냐.
지겨운 여자들이 하는 말을 다 하고.
뭐, 사과해야 되냐?
할 말 있으면 네가 해.
여자들은 뭐 꼭 맡겨놓은 거 있는 것처럼 툭하면 뭘 달래.
내가 너한테 빚졌냐?


맞아. 죽으라고 한 얘기야.
너무너무 지겨워하는 여자를 보는 게 너무너무 지겨워서.
그만하라면 그만하고, 추앙. 취소해도 돼.


  사실 구씨는 그 여자를 지겨워했을지언정 죽으라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본인을 옭아매는 그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원인을 제공한 (사실상 원인 제공한 것은 구씨가 아니지만, 구씨는 그렇게 생각할 테니) 백사장의 죽음이 죄책감에 죄책감을 더하여 계속해서 자신을 벌주며 불행하게 살아가려고 작정할 것 같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로 봤을 때 과연 구씨가 어떻게 하면 본인이 여전히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궁금하다. 누군들 구씨의 상황에서 죄책감에 깊이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러나 좋든 싫든 life goes on... 기왕이면 남은 인생 행복하게 잘 살길 응원하게 된다.


2. 그린라이트

  시큰둥하게 팀장 욕을 하는 미정이를 저렇게 멜로 눈깔로 바라보는데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마침 플래시를 비춰놓은 소주병이 구씨의 눈에 비춰 그의 눈빛이 초록색이 된다. 초록색 눈빛 하면 드라마 M에서 여주인공이 내뿜는 것이 생각나고 따듯함을 상징하는 색은 아니지만 구씨의 눈에 비친 초록색은 사랑임에 틀림없다.

생태구씨


원래 약한 인간일수록 사악해.
그래서 사악한 놈들이 조금 짠한 면이 있어.
초대 한 번 해. 한번 불러.
들에 풀어놓고 종일 잡자.
네가 이겨.


종일 잡아도 아니고 종일 잡자.... 내가 이겨도 아니고 네가 이겨... 아 다르고 어 다른 말로 진짜 사람 미쳐버리게 만드네...

상사 뒷담 까는데 저렇게 들어주는 남친이 있다...?

턱... 괴지 마... 당신 그거 유죄야...

응...퇴사 안 해도 돼.

좋아하는 장면이라 캡처가 많습니다

  이 커플은 뭐 짠도 안 해... 그래도 죽이 척척 맞죠... 키스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돌진... 그것이 추앙 커플의 매력...



3. 물빛

  그가 벅차오르는 고백을 할 때,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다. 사실 확실하지 않다. 어떤 디렉션을 받아 어떤 연기를 펼친 건지 나는 모르니 말이다. 그저 강에 비친 노을일 수도? (미정 눈도 비슷하게 빛나고 있지만, 미정은 슬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추앙한다


  눈물에 빛이 비친 것인지 눈에 물빛이 비친 것인지 애매한 그 빛 덕에 이 고백이 마냥 행복하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게 다가오는 듯하다. 이 드라마에는 앞뒤 상황을 보여주지 않고 일종의 보너스 영상처럼 끼워주는 씬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흰 옷을 입고 해방된 표정으로 뛰어가는 장면이라든가, 이렇게 강가에서 고백을 하는 장면. 이게 꿈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별 다른 설명이 없다. 그래서 어떤 감정으로 고백했을지 쉽게 알 수 없다. 신회장을 만나고 산포에 더 머무르고 싶다고 의사 표현을 한 뒤에 나오는 장면이라 떠나기 싫어 슬픈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구씨'와 '미정'만 두고 생각해본다면 서울에서 어두운 세계에 몸을 담그고, 지겨운 사랑을 이어나가던 그가 다 포기하고 머무르는 산포에서 본인을 투명하다 여기는 사람을 만나고, 그의 직업이나 살아온 배경에 대해 모르면서도 그를 인간 그 자체로만 바라봐주고. 그런 사람을 구씨가 어디서 만나봤겠으며 다시 만날 수가 있겠는가. 그냥, 신회장이고 백사장이고 이 장면에 갖다 붙일 필요 없이, 그가 사랑 하는 것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1. 감당하기 어렵다. 2. 감격, 기쁨, 희망 따위가 넘칠 듯이 가득하다) 일이기 때문에, 그래서 행복하면서도 슬퍼보이나 보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서도 속이 쓰린가 보다.

사랑(추앙) 고백해놓고 이런 표정을 짓는 너란 남자... 시청자를 미쳐버리게 만들지...



결론은... 당신의 눈에 뭐가 보이든, 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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