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 첫 번째 미식회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는다는 것은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입니다. 엘레베이터를 먼저 탄 이가 혼자 쓱 내려가버리지 않고 조금 늦은 나를 기다려줄 때, 출근길에 뒷사람을 위해 문이 닫히지 않도록 붙잡아줄 때, 취해서 택시를 탔는데 누군가 나의 무사귀가를 염려해줄 때, 먼저 씻은 룸메이트가 욕실을 청소하고 발수건을 새 것으로 바꾸어줄 때, 우리는 상대가 나를 생각해준다는 것을 느끼고 조금은 가벼운, 간지러운 포근함을 떠올립니다. 하물며 누군가 나의 식사량, 먹는 습관, 한 접시를 비우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신경 써주며 나의 즐거운 한 끼를 책임지기 위해 애쓴다면 그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제게 지난 토요일의 ‘시옷서울’은 그런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아보카도 무스와 함께 한 가스파초에서부터 오븐드라이한 토마토와 루비 자몽은 아직 분위기와 사람이 낯설어 주변 상황을 튀게 여기던 제가 넉넉한 여유를 두고 적응할 수 있을만큼 담백하면서 덤덤한 맛이었습니다. 마치 시험이나 대회를 앞두었을 때 요란한 응원이나 의식보다 평범한 날들처럼 아침밥을 차리며 일상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잔잔하게 힘이 되었던 것처럼요. 셰프님이 끊임없이 와인과 물을 채워주시는 가운데, 드디어 미식회를 즐길 준비가 끝난 저는 같은 테이블의 동료들과 기대감을 공유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준비된 컬리플라워 스프는 위에 얹혀진 각종 해산물과 야채들이 식감을 돋는 가운데 진하고 걸쭉하면서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어서 여름 농어와 바닷가재, 동충하초버섯과 올리브가 한 접시에 담겨져 나왔는데, 이 요리는 다른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예술 조형물을 보는 인상을 주었으며 각 구성물의 향이 서로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독특하여 입에서 여러 번 씹고 음미하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셰프님이 가장 자신 있어 하시는 감자퓨레를 곁들인 한우 안심은 부드러운 촉감과 섬세하게 배여 있는 육즙의 조화로 요즘 유행하는 워터파크의 슬라이드처럼 한입씩 유려하게 배로 들어갔습니다. 달달하면서도 럼주의 영향으로 뒤끝이 없었던 바바오럼은 식사가 끝나감을 넌지시, 기분 좋은 방식으로 귀띔해주었습니다.
Hug의 기원은 나의 온도를 일방적으로 증여해버리는 자기 희생적 행위가 아니라, 서로를 덥혀주기 위한 상생적인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체온은 나누어줄 때 내 것이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더욱 온난해지는 것이니까요. 지난 여름의 하루, 셰프님들의 배려로 함께 했던 ‘시옷서울’ 안의 온도는 바깥 평균보다 조금 더 높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하루가 특별해지는 식사
★★☆ 좋은 식사
★☆☆ 평범한 식사
☆☆☆ 최악의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