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 한줄에 잊혀지는 한주의 스트레스
사람마다 각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다. 도박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거나 등등 각자의 방법이 있다. 나 같은 경우 몸을 혹사시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 근데, 나이가 들수록 혹사를 통한 스트레스가 힘들어진다. 정말 어려운 순간을 지나갈 땐 혹사 보단 잔잔한 산책을 선호한다. 특히 저녁 즈음 맡을 수 있는 신선한 공기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요즘 힘든일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찾은 방법은 엄마와 공원 산책하기. 김밥 한줄 들고서는 엄마랑 좋은 날 함께 걷는게 큰 힐링이 된다. 운동을 싫어하던 엄마를 데리고 20~30분 공원을 돌던 날들이 쌓여 지금은 엄마 혼자서도 40분 이상을 걷는다. 아들로서 나름 뿌듯하다. 근데, 지금은 엄마가 운동가는 시간에 내가 쫄랑쫄랑 따라나간다. 엄마한테 위로 받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지나가는 강아지가 귀엽다느니,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20대 청년처럼 뛰어다닌다느니, 공원에 초록 새싹들이 나온다느니, 구름 모양이 이쁘다느니 등등 눈 앞에 보이는 일들에 대해 평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 모든 스트레스를 잊게된다. 엄마와 발을 맞추며 대화하는 순간, 나는 서른두살의 장남이 아닌 두살의 아이가 된 듯 하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 힘들때만 찾아오는 나쁜 아들이지만,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받아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냥 항상, 웃으며, 포근히, 나를 받아준다. 엄마는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 영화에서처럼 엄마는 신이었고, 나를 지켜주는 천사였으면 좋겠다. 죽지 않고, 평생 웃으며 사는 존재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 암 세포도 말끔히 이겨내는 강인한 존재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고, 젊은 날 누구보다 빛나던 아름다운 여인이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자식들의 사랑을 받아 웃는 얼굴로 하루하루를 보내는게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고,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자식들의 눈물이 아닌, 사랑을 받으며 따뜻하게 천국을 가는게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는 나쁜건 다 피해가고, 좋은 것만 몽땅 받아갔으면 좋겠다. 1분 1초, 모든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공원 정상에서 엄마랑 김밥 한줄을 먹고 내려왔다. 내 마음이 배부르다. 지난 한주 수없이 무너졌던 나의 마음이 다시 힘을 낸다. 사랑때문에 배부르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