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엄마의 힐링 장소

by 카멜레온

작년 이맘때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식당에서 일을 한 엄마의 손목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여기까진 큰 문제가 없었다. 손목 수술을 위한 여러 가지 절차 중 MRI 절차가 있었다. 크게 어려운 절차가 아니기에, 엄마에게도 크게 어려운 절차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MRI 검사 후 손목 수술을 하고 난 엄마의 마음 상태가 불안해졌다. '공황장애', TV에서 보던 정신병이 우리 엄마를 찾아온 것이다.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는데, 우리 모두 MRI 검사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답답한 공간으로 위축된 마음으로 절차를 밞던 어머니의 마음에 공황장애가 찾아온 것 같았다. MRI는 눈에 보이는 이유였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인생을 어렵게 살아온 어머니의 슬픔이 폭발했다고 생각한다. 원인모를 이유로 본인의 동생을 떠나보내고, 이혼가정의 엄마로서 두 아들을 부족함 없이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라는 현실에서 수 없이 상처 받았던 우리 엄마의 슬픔들이 폭발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웠다, 너무 어려웠다. 엄마는 가만히 있지 못하였고, 새벽에도 수시로 나와 동생을 깨워 함께 집 밖으로 나가자고 하셨다. 다행히 동생이 쉬고 있어 큰 힘이 되었는데, 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퇴근 후 동생과 역할을 바꾸어 어머니를 케어했다.


정신병원 앞에서 아이같이 울던 엄마가 생각난다. 본인 스스로도 원인을 찾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원인은 모르겠는데, 본인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 겁이난 다고 했다. 나와 동생은 어리둥절했지만, 엄마 얼굴을 보면 덜컥 겁이 났다. 엄마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인모를 이유로 찾아온 공황장애로 우리 가족은 한동안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그 시기에 내가 엄마와 가장 많이 한 것은 집 뒤 공원에서의 산책이다. 공황장애의 정확한 치료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옆에서 '말'로만 위로해주고 안아주는 건 아닌 것 같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나는 경험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묵묵히 몇 시간을 산책했다. 다음날 메롱한 상태로 출근해도 괜찮았다, 엄마만 괜찮다면.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는 자연스럽게 공황장애를 극복했다.


2021년 5월, 엄마가 공황장애를 겪은 지 1년이 되었다. 1년 전 엄마와 지금의 엄마는 큰 차이가 있다. 본인이 살기 위해 1년 동안 꾸준히 하루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하셨다. 아주 꾸준히, 멋지게 하셨다. 정말 멋지다! 1년을 꾸준히 걸으니, 공황장애도 극복하시고 다이어트도 성공하셨다!


지금은 1년 전 찾아왔던 공황장애를 축복이라고 생각하신다. 덕분에 아들들이랑 좋은 추억도 만들고, 본인의 건강도 찾고, 취미도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도 엄마와 저녁 산책을 갔다 왔다. 함께 걷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의 한마디가 참 감사하다.

"나는 집 뒤 공원에 큰 애착이 있어. 내가 저기에서 치유되기도 했고, 모든 길에 아들과의 기억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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