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 질리지 않는 마법가루가 들어간 엄마표 김치찌개

by 카멜레온

자세히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기억이란걸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표 김치찌개인 것 같다. 지구가 종말한다면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라는 질문에 이런저런 대답을 한다. 나는 이 질문을 들을 때 마다 매번 엄마표 김치찌개라는 답을 내놓았던 것 같다. 지구가 종말한다면 당연히 음식점은 운영하지 않을테고(?!), 그러면 집에서 먹어야한다는 것인데...! 지구가 종말하니 엄마도 요리는 안할 것 같지만, 영화스럽게 엄마가 마지막 식사를 하자고 한다면, 나는 김치찌개를 먹고싶다고 할 것 같다.


엄마의 김치찌개는 1주일에 적어도 한번 또는 두번 저녁식사로 먹는 것 같다. 그렇게 최소 20년은 먹었으니...도대체 얼마나 많은 김치찌개를 먹었는지 상상이 안된다.


근데...이거 참 신기하다...!!! 아무리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엄마의 김치찌개는 질리지가 않는다. 아니, 매번 맛있고, 더 맛있어진다. 입맛이 없을 때 먹어도 맛있고, 엄청 배고파서 먹어도 맛있고, 아플 때 먹어도 맛있고, 먹을게 없을 때 먹어도 맛있다. 그냥, 주방에 있으면 무조건 맛있는게 엄마의 김치찌개다. 들어가는 재료도 20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 김치, 야채, 고기, 참치 등 매번 비슷한 재료들이 엄마의 김치찌개에 들어간다.


이정도면 엄마가 마술사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매번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세뇌라도 당한걸까?ㅎㅎㅎㅎㅎㅎ오늘도 점심을 많이 먹어서 저녁을 안먹으려고 했는데, 퇴근 후 엄마표 김치찌개를 보고서는 폭식을 해버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참 마법같은 음식이다.


사회인이 되고나선 10만원, 20만원,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 받기도 한다. 정말 고급스러운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들이고, 자주 먹기 힘든 음식들이다. 먹는 순간 내가 뭐라도 된 듯 기분 좋은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들이다. 내 기억이 조작됬는지, 또는 감정이 조작됬는지 모르겠지만, 고가의 음식을 먹는 순간들의 행복과 엄마의 김치찌개를 먹는 순간들의 행복을 비교하라면, 난 언제든지 엄마의 김치찌개를 선택할 것 같다. 물론, 두가지 선택이 오늘 갑자기 동시에 주어진다면 엄마한테 양해를 구하고 먹으로 가겠지만...!ㅎㅎㅎㅎㅎㅎㅎㅎ단순히 두가지 상황을 따로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ㅎㅎㅎㅎㅎ


오늘 저녁은 나름대로 스케줄을 정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려고 했었다. 근데...엄마표 김치찌개를 먹고나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화를 시키는데 집중해야해서....!!! 그렇게, 소화를 시키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엄마의 김치찌개, 천국에 개인 주방장이 있다면 나는 엄마의 김치찌개를 매번 주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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