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 엄마의 꿈

by 카멜레온

엄마는 보통 원하는게 없다. 맛있는거 사오라는 부탁, 집에 빨래 돌려달라는 부탁, 청소를 해놓으라는 부탁 등 아주 사소한 부탁을 할 뿐, 엄청난 걸 원한 적은 없었다.


엄마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김밥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나름 인정을 받으셔서 페이도 높으시고 무엇 보다 엄마의 자존감이 올라감에 큰 영향이 있다. 이런 엄마는 몇 년 전부터 더 늙기전에 본인의 가게를 하겠다는 꿈이 생긴 것 같다.


근데, 역시나! 언제나! 돈이 문제다. 김밥집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1억 5천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 자금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문제이다. 물론, 엄청난 부자가 아닌 이상 보통의 창업은 은행 대출을 끼고 한다지만, 엄마는 나에게도 일정 금액을 대출 받아서 도와줄 것을 요구한다. 나는 과거 20대 중반에 친구와 함께 요식업을 해본 적이 있다. 엄청난 금액이 투자되진 않았지만, 소중한 시간을 투자했었는데, 잘 안되었다. 결국 30대에 첫 직장을 구하고, 나름 인생의 쓴맛을 보았었다.


그때와 다르게 엄마의 꿈은 1억 5천이라는 큰 돈이 필요하다. 나는 이 문제를 엄마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가게 창업을 꿈꾸지만 이를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않는다. 다른 김밥집을 조사한다거나, 프랜차이즈를 알아본다거나, 상권을 분석한다거나 등의 별도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1억 5천이라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나도 최소 5천만원 정도는 대출을 해야하고, 그 사이 내가 모은 돈도 모두 투자해야한다. 즉,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모두 투자해야한다. 나는 결혼도 하기 힘들 것이고, 집을 구하는 건 상상도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걸려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있는 엄마의 꿈을, 엄마는 어느정도 생각하는지를 놓고 자주 싸우곤한다.


아들로서 엄마의 꿈을 무조건 응원 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낭만적인 생각에만 갇혀있을 순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왜 망하는 상황을 생각하냐고 하지만, 우린 누구나 망할 수 있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만약 하지 못한다면? 그 뒤를 생각해놓는건 돈이 들지 않는다. 심지어, 이미 한번 실패를 해본 나에겐 너무 중요한 문제이다. 정말 실패한다면? 1억 5천이란 돈을 갚기 위해, 아니 그 사이 더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30대의 나머지를 보낼 순 없다.


엄마의 꿈, 무작정 응원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1억 5천이라는 돈이 나에게 있었다면...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모르겠다, 엄마를 위해선 무엇이 올바른 선택일까? 아니 이런 생각을 내가 하는게 맞을까? 결국 엄마 인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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