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로또를 사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상하게 1등에 당첨될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로또를 사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진지하게 내가 언젠가는 1등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느낌이 뭘까 싶었는데, 아마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관종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쓰기 좀 그렇지만, 나는 75% 정도 관종이다. 관심받는 걸 즐기고,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걸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길 즐기고, 이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이건 아마도 내가 어릴 적 유학생활을 하며 즐거워했던 교회생활이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교회를 다니면서 최대 1,500명 앞에서 노래도 불러보고 사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것 같다.
하여간에,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성공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했다. 이 또한 주인공이 되고자헀던, 성공하고자 했던 욕구에서 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서른세살이 된 현재,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더 이상 진지하게 하진 않는다. 성공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성공에 목마르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집착하진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를 읽으면서, 세상이 꼭 주인공 중심으로 돌아가진 않음을 한번 더 느꼈다. 나는 이중적인 성향이 강한데, 주인공이 되고 싶으면서 주인공을 돕고 싶은, 좋은 표현으로는 킹메이커가 되고 싶은 욕심도 강하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어릴 적 게임을 해도 나는 도사/마법사/힐러 등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캐릭터를 좋아했다. 축구를 할 때도 관심을 받는 공격수/미드필더가 아닌 수비수를 했다. 회사에 취직해서는 하고 있는 일 보단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구성원들의 회사 경험을 향상하는 인사팀 업무에 흥미를 느꼈었다. 어릴 적 유학생활 중 경험했던 미얀마-싱가포르 선교여행은 아직도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소위 어렵게 살거나 가난하게 살거나 힘들게 사는 친구들을 돕는 게 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이렇듯, 나는 누군가를 '돕는' 일에 의미를 느끼고 있다.
오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잠시 해봤다. 주제에 맞는 일을 해라, 분수에 맞는 일을 해라가 정말 완벽한 말이라는 생각.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하루가 불편하고, 평생이 불편할 수 있다. 맞는 옷을 입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를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나를 올바른 위치에 스스로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다.
나를 올바른 위치에 스스로 옮기는 것, 그러나 여전히 센스 있게 나 스스로를 인식하는 것, 오늘 또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