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 브런치팀, 고마워요!

by 카멜레온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없냐?"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날씨 탓일까? 더 이상 도전적이지 않은 일 때문일까? 서른세 살이 되었지만 마땅한 취미가 없어서일까? 평일 저녁 함께 시간을 보내줄 친구가 없어서일까? 좋아하는 축구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그럴까?


무료한 저녁을 보내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내일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아 산책을 나가서 했던 생각들이다. 슬럼프라고 하기엔 내 삶이 너무 평안하다, 그러나 평안하다고 하기에는 건설적이지 않다 등의 소위 잡생각을 하면서 나뭇잎 사이의 달빛을 멍하게 바라보며 산책을 하다 왔다.


나름 건설적인 직장인의 저녁인 척했던 산책의 마지막은 얼음컵에 매화수나 한 병 마셔야지로 끝났다.


오늘 하루 중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 준 유일한 것은 며칠 전 지원했던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이었다.

일 하고 있는 중, 개인 이메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며!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이메일이 왔다.


브런치를 일기장처럼 쓰다 말다를 반복하며 쓰고 있었는데, 내 안에 숨어있던 관심 구걸자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작가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작가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을 내가 상당히 덜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브런치팀도 뭐 큰 기대를 가지고서 나를 작가로 만들어 주진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에, 오늘 글은 브런치 작가로서 처음 쓰는 글이다. 이 또한 내가 브런치를 시작했던,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자세 중 하나인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다'를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평범함이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난 왜 이렇게 평범할까? 내 주변에 특별함을 가진 친구들이 너무 많은데, 그들은 정말 잘 나가고 있는데, 나는 왜 특별한 점 없이 이렇게 지극히 평범할까라는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평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약점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는 존재가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아 물론 범죄자 새끼들 빼고!


평범함이 곧 특별함임을 깨달아가는 순간을 브런치에 기록했다. 그리고, 내 인생을 지금까지도 흔들고 있는 부모님의 이혼에 대해 기록했다. 더 나아가 이혼가정 자녀의 아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대해서 기록했다. 앞으로도 계속 기록할 것이다. 왜? 글로 옮기면 나의 평범했던 하루가 굉장히 빛나 보이고, 우울했던 내 과거가 한 편의 소설처럼 빛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브런치팀이 작가가 되었다며 보내준 이메일의 제목은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이다.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만,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준다...? (마지막에 !!!를 브런치팀이 붙여줬으면, 더 진심 같았을 것 같긴한데)


이것보다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