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 누군가의 세상이 흔들린다

by 카멜레온

나는 오랫동안 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나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나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서, 또는 야비하지만 조금의 인정이라도 받으면서 위로를 받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문제를 동생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실제로 많은 문제의 시작이 동생이지만, 동생 탓으로만 돌리기엔 '가족'으로 연결된 나에게 완전한 무죄가 없을 순 없다.


하여간에, 나는 동생에게 기대가 전혀 없기에 실망도 크지 않다. 하지만, 엄마의 경우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동생의 행동 하나하나에 엄마의 하루가, 엄마의 세상이 흔들린다. 자식으로서 많이 안타깝고, 슬프지만 어느 순간부턴 그런 엄마의 슬픔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기적이지만 내가 너무 힘들어서, 또는 수십 번 말했지만 변하지 않는 엄마의 태도에 화가 나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게 섞여서 어떤 게 진짜 이유인지 까먹었다.


명절이 되면 나는 크게 즐겁지가 않다. 이혼가정의 자녀라면 비슷하겠지만, 엄마 쪽과 아빠 쪽에서 이런저런 부담을 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엄마와 아빠 사이 그 중간에 있기 때문에 양쪽 다 챙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친가 사람도, 외가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여전히 양쪽 다 나를 본인들의 일부로 생각하고 그에 맞는 응당한 역할을 부여하려고 한다. 굉장히 짜증 나는 상황이다. 나는 부모님에게도 꽤나 직설적이어서, 이런 문제가 있을 때마다 왜 이혼을 둘이 해놓고 아들들에게 부담을 주냐고 따진다.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처받긴 싫다. 어쩔 수 있겠는가? 이혼가정의 자녀로서 나는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번 추석에는 오랜만에 아빠 쪽에 방문하여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1년은 아빠 쪽, 1년은 엄마 쪽에서 지내기로 약속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순번이 어떻게 되었는지 까먹었기에 아빠 쪽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런 가족행사에 여전히 참여하는 걸 싫어하는 동생도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


근데, 역시는 역시다. 동생이 당일날 연락이 안 되었다. 엄마에게 전화해보니, 새벽까지 술 먹고 차에서 옷을 벗고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단다. 나는 그러려니 했는데, 엄마의 세상은 무너진 것 같다. 내가 감히 이해 못 할 감정이겠지만, 본인이 낳아 키운 자식이 술 먹고 차에서 자고 있는 모습은 새벽 출근길에 본다면 얼마나 슬플까? 본인의 인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자식을 탓하는 게 아니라 본인을 탓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솔직히 우리 가족의 문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떤 큰 사고를 치는 건 아니다, 주식으로 몇천만 원을 날렸다거나, 연속적이 사업실패가 있다거나, 누군가를 폭행한 게 아니라, 그냥 본인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동생의 문제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무너 저가는 엄마의 문제다. 누군가는 철없는 행동을 한다며, 언젠가는 정신 차릴 거라고 한다. 난 믿지 않는다. 정신을 차린 다한들, 나와는 상관없다. 본인의 인생이고, 나는 이미 동생의 형으로서의 삶을 포기했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가? 어디서부터 인가? 우울한 생각의 끝엔 어떤 정답도 없고, 무시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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