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육휴생활 #9

한 달 살기 6일 차 '우리 잠깐 쉬어가기'

by 브리너즈




전 주 토요일부터 시작해 오늘로 6일 차.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나름 치열하게 이곳의 일상에 적응해 왔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도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이번 육아휴직 동안 특히 이 한 달 살기만큼은 기록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래서 아무리 쉬고 싶어도 그 약속을 마냥 미룰 수는 없었다.


기록의 목적은 단순했다.

글쓰기의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가 어릴 때 제대로 남기지 못했던 육아일기를

이렇게라도 조금씩 채워가고 싶어서였다. 기록은 사진처럼 장면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길 때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그래서 미뤄 두었던 인스타그램 피드도 올리고 브런치에 육아휴직 생활에 대한 연재도 이어간다.
노트북을 가져올까 말까 수없이 고민하다 ‘얼마나 쓰겠어’ 하고 두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워졌다. 휴대폰 작은 화면으로 쓰고, 지우고, 다시 옮겨 적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었다.
한두 시간만 지나도 손가락 마디가 아리고 쑤셨지만 더 늦추면 오늘의 감정이 흐려질 것 같아 끝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전과 오후, 그렇게 공을 들여 하나의 글이 발행될 때의 뿌듯함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 돌아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렇게 저렇게 다듬어 세상에 내놓고 나면 그 글은 어느새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쉬어가기로 한 날이었지만 몸만 쉬었을 뿐, 정신과 손가락은 쉼 없이 일한 하루였다.


하교 후, 다 나은 줄 알았던 딸아이의 기침이 다시 시작되었다.
어학원 생활은 늘 컨디션과의 싸움이다. 한 달 살기의 첫 주에 페이스가 무너지면 남은 시간들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마음을 차지한다.


결국 아이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매일 수영장에 가는 것이 문제라며 나무랐다.

죄송하다며 우는 아이를 보면서도 괜히 심술이 나고 짜증이 났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가자고 말해 놓고, 수영이 좋은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신나게 놀자고 해 놓고는 금세 공부 스케줄을 걱정하는 나의 이중적인 태도.

오늘의 기록은 아이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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