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육휴생활 #10

한 달 살기 7일 차 '타국에서 만나는 세 식구'

by 브리너즈




1월 9일 금요일.


어학원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스카우트 활동이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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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은 1:1 수업으로 여덟 시간을 복습한다고 했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1:1 수업이 솔깃했지만, 활동적인 딸아이가 이런 프로그램을 마다할 리 없었다.


첫날이라 선서식도 있고 쉬라인이라는 기념품 거리에 가서 쇼핑을 한 뒤 장을 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텐트를 친 후 불을 피우는 활동까지 한다고 했다.

우리 때의 보이스카우트나 아람단 같은 활동이라는데 사실 나는 이런 단체 활동을 직접 해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가 배우는 것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며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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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복을 입고 나온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벨트에 반스타킹,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춘 모습이 여전히 아기처럼 느껴지면서도 어느새 이렇게 컸구나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더운 날씨에도 씩씩하게 모든 걸 해내는 아이를 보며 ‘아이는 엄마의 걱정을 먹고 자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활동에 집중하는 동안 나는 짬짬이 1박 2일 여행 짐을 챙긴다.
남편은 새벽 비행기로 이미 세부에 도착해 세부 시티 쪽에 머무르고 있다.
오늘 아이 수업이 끝나는 대로 세부 시티로 이동해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첫 페리를 타고 보홀로 떠날 예정이다.


남편이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단 2주뿐.
그 시간 동안 세 식구가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훗날 추억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세부와 보홀은 배로 두 시간 거리라 1박 2일, 혹은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기에 이 일정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이가 활동을 마치자마자 그랩을 잡아 세부 시티 아얄라 몰로 향했다.
같은 세부이지만 시골 같은 막탄과 도심인 세부 시티는 편도로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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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이라도 걸리면 한 시간은 훌쩍 넘긴다. 마침 1월 18일부터 시작되는 세부의 시눌룩 축제 준비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었고 그 영향인지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려 한 시간 반 만에야 도착했다.


타국에서, 일주일 만에 만나는 남편.


아이는 아빠를 보자마자 달려가 덥석 안겼다. 30킬로가 넘는 열 살 딸을 번쩍 들어 올리는 아빠.
아빠를 만나기 전까지 다리가 아프다던 아이는 금세 발이 다 나았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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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아내와 딸 없이 지냈을 남편과, 남편 없이 오롯이 아이를 돌보아야 했던 아내.
안부부터 먼저 묻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었다.


이런 날,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어학원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느라 외식할 일이 없던 우리 모녀는
아빠를 만난 기념으로 필리핀에서 유명한 맛집 '게리스 그릴'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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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메뉴를 시켜 놓고 세 식구가 잔을 부딪치며 사진도 남긴다. 타국에서, 낯선 도시에서의 재회.

이 만남이 앞으로의 2주를 괜히 더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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