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우울감은 어쩌면 가벼운 장난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열 달 동안 점점 불러왔던 배는 아이를 낳는 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물론 자궁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샤워를 할 때마다 거울로 비치는 내 배는 여전히 임산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망가져버린 체형을 바라보며 느끼는 우울감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웠다.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얼굴에는 기미가 내려앉아 낯설기만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임신과 출산의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듯했다. 여전히 총각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 괜히 화가 났다. 미웠다가도, 또 아무렇지 않아 졌다가.
아이를 바라보면 분명 예뻤다. 작은 손과 발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가라앉았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어떤 날은 정말로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임신 출산 대백과라는 책에서 분명 읽은 적이 있었다. 우리 때 수학의 정석처럼 아이 있는 집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다는 그 서적 말이다. 출산 후에는 호르몬 변화로 산후우울증이 올 수 있다고.
하지만 우울증이 “똑똑, 나 우울증이야” 하고 예고하며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라 내가 그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나 자신이 이상해진 것이라 생각하며 버티고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되었다.
평생을 생리 주기에 맞춰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살아왔으면서도
나는 그것을 그저 나의 감정이고 예민한 성격 때문이라고만 여기며 살아왔다는 것을.
그리고 출산 후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롤러코스터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 시기에 남편이 따뜻하게 지지해 준다면 그나마 호르몬이라는 롤러코스터를 안전벨트를 매고 타는 셈일 것이다. 하지만 초보 남편이자 초보 아빠였던 내 남편은 달랐다. 예민해진 내 모습에 당황했는지 그는 종종 버럭 화를 내며 나와 함께 싸우곤 했다.
언제 아래로 추락할지 모른 채로 나는 안전벨트 없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도 조금씩 알게 되었으리라. 그때의 내가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었는지.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그를 이해하려 애써 본다.
이렇듯 힘들다는 임신과 출산을 모두 겪고 나면 아이와 행복한 날들만 이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삶의 모든 것이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