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를 읽고

저자 정재민, 읽고 느낀 이는 나.

by 빵굽는 전사

이 책은 판사출신 변호사인 저자가 자신의 판사시절부터 현재 변호사의 일을 하며 겪고 느낀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작가가 생가하는 책 제목의 주제에 대한 생각을 쓴 글이다.


재작년, 사람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다. ‘사람은 믿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해야 할 존재다.’라는 말을 좋아했었는데 그 말은 어불성설인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신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의의 뜻을 찾아보면 결국 ‘약속을 지키고,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것’, ’ 도리에 맞게 행동하는 것‘인데 나의 경우 누군가의 도리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무엇을 믿은 것일까, 돌이켜 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거대한 약속의 성취 등을 바란 것이 아니라 타자에 피해 주지 않기를 바랐을 뿐인데 그 부분이 깨어졌다 해서 꽤나 배신감을 느꼈던 나를 되돌아본다. 필요 이상의 감정을 쏟는 것이 나 자신다운 것이지만 때로는 그것이야 말로 얼마나 불필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 주었던 일이었다. 그들에게 쏟은 나의 애정이라고 착각했던 것들이 나를 더 힘들게 했었는데 과연 진정으로 그들을 부하로서 애정했는가 돌이켜 보면 ‘글쎄’라는 대답이 나온다. 왜냐하면 그 깊었던 혹은 깊았다고 믿었던 마음으로 인해 배신(?)에 대한 상처도 깊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저 진짜 나의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마음 기울임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더 필요함을 깨달았다.

나의 경험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뒤통수 맞았던 경험은 누군들 없으랴,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뒤통수를 아프게 한 적도 있을 것이다. 특히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적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과 저자의 경력이 나에게 또 하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리라 기대했다.


저자는 무려 ‘판사’였고, 현직 ‘변호사’ 임에도 꽤 많은 부당한 일과 사기를 당하는 경험을 했다. 각 꼭지마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제법 나오는데 그래서 아, 이 책의 결론도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인가라고 내내 생각하며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의 에필로그에 저자가 내린 결론이 나온다.


‘여행자인 내가 먼저 상대를 믿고 상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상대가 내게 자신의 세계의 문을 열고 환대해 줄 리가 없다. 물론 누군가를 더 믿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사람을 원칙적으로 안 믿는 사람이 누군가를 믿어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높은 이상이다. 그러나 이상은 밤하늘의 별처럼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항해의 표지로 삼을 수는 있다. 그러므로 나는 더 많이 믿어 주고, 더 자주 프러포즈할 것이다. “Attraversiamo(이탈리아어로 ‘같이 바다를 건넙시다.’”라고.‘



흥미로웠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도리를 다하지 않은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을 텐데도 이상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도하기도 했다. 쉽게 사람을 믿는 나를 응원하는 글 같기도 했다.


중년이 되어가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누군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아닌 소소한 믿음과 관계에서의 지혜이다. 그 지혜가 때로는 부족하여 상처를 받는다 해서 관계에서의 오는 예상치 못한 기쁨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듯 관계에서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한 연습. 마치 같은 토양을 공유라며 함께 자라는 나무들이 서로 닿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을 두듯이, 누군가에게 양분이 될 태양빛을 가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계’라는 주제를 경험하고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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