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장모님의 간병을 하고 귀가 중이다. 여든을 맞으시던 때만 해도 해변 모래밭을 힘들이지 않고 뛰어다녔는데. 중환자실은 나왔지만 정상 기력 회복까진 시간과 가능성이 미지수다. 걷지 않아서인지 두 다리가 마른 가는 나뭇가지 같다. 아침에 대변 처리를 하는데 고관절과 치골에 붙어있는 살갗이 늘어진 가죽 같았다. 벗은 몸을 사위 앞에 시위하듯 드러내고도 입만 크게 벌린 채 말씀이 없다. 기저귀 차고 어른 이유식 먹고. 결국 어린애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그렇게 모르는 사람과도 말 트기를 좋아하시더니 침묵으로 모든 말을 대신하려는 것일까?
세상의 어머니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하늘을 보니 비 올 것 같다. 우산 갖고 나가거라."
이 한마디 속에 중력과 전자기력이,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이 다 들어 있지 않나? 자식을 끌어당기고, 자식과 연결되어 있으며, 자식을 강하게 결속시키고, 자식의 변화를 감지하는 힘. 물리학자들이 찾아 헤매는 통일장 이론은 이미 어머니의 음성 속에 완성되어 있었다.
우주 시대, 유니버스에서 메타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도대체 세상의 발전의 끝은 어딜까? 이젠 마더버스 시대를 기다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빅뱅이 우주를 만들었다고들 한다지만 진짜 빅뱅은 산통産痛이었던 것 같다. 138억 년 전,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어머니들은 자기 몸을 쪼개 우주를 낳아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한 우주였다. 어머니는 진정 우주 제조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