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국제공항을 빠져나오며 이번 오사카 여행을 돌아다봤다. 스무 명의 친구 부부와 세 밤을 자고 나흘을 구경한 일정. 여행사가 짜준 계획과 프로그램을 따라간 여행에서 생각하지 못한 발견을 했다.
캐리어가 가르쳐 준 것
여행 내내 나를 묶어놓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커다랗고 무거운 캐리어였다. 출발 전, 나는 편안한 여행을 생각하며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하나둘 집어넣었다. '혹시 모르니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캐리어는 점점 커졌다. '혹시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공항 보안구역을 통과할 때 높아졌다. 캐리어 안엔 '부족할까 봐'라는 불안이, '불편할까 봐'라는 막연한 근심거리가 함께 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언가를 채워야 안심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비워내는 아름다움
일본은 다른 것 같았다. 작은 차들이 좁은 골목을 조심스레 지나가고, 손바닥만 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먼지 한 톨 없는 길거리, 서둘지 않고 기다려주는 배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고요함. 오래전 읽었던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는 와닿지 않았던 문장들이 이제야 살아 움직였다. 작고, 깨끗하고, 여유 있고, 조용한 이 나라. 그 밑바닥에는 검소와 겸손이라는 정신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함을 아는 여유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많이 가진 것이 풍요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것이 진짜 자유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이 묻는다
오사카에서의 나흘은 그래서 소중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불편해하던 나에게, 작은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 있다는 걸 귀띔해 줬다. 많이 가져야 안심이 되는 줄 알았는데, 정작 필요한 건 비울 수 있는 용기였다는 것을.
여행의 설렘은 새로운 곳을 보는 데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익숙한 삶의 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리듬으로 숨 쉬어보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설렘이 있고 발견해 오는 여행을 그렸다. 너도 나도 갖는 설렘이 있었다면 나만의 발견이 있었던 여행이었다. 다음 여행엔 작은 캐리어를 들고 떠나야겠다. 덜 가져가되, 더 많이 느끼고 배우는 여행. 채우기보다 비우는 여행. 그것이 진짜 설레는 여행이 아닐까. 간사이 공항을 떠나며, 벌써 다음 여행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