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_067]이웃의 거리

by 여상욱

옆집 큰아들이 9월부터 3개월째 집수리에 열심이다. 작년에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올해 치매 온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신 뒤, 두 분의 흔적을 지우고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으로 이사 온다고 한다.

건설업자를 부르지 않고 본인이 배운 기술로 인부나 알바를 써가며 이곳저곳을 고친다. 태양광 시설을 철거하고, 울타리에 얼기설기 설치해 놓은 철 구조물도 뽑아낸다. 집 건물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어르신들이 20년 가까이 모으기만 한 물건을 다 내다 버린다. 매일 모가지 높이 울타리 너머로 그가 땀 흘리는 모습이 보인다.

나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나에게 부모님의 자취가 남아있는 시골집은, 살지도 않으면서 팔지도 고치지도 않는 곳이다. 두 분의 자취를 느끼고 싶어서다. 일 년에 한두 번 가볼 뿐이지만, 그 집이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만으로 내 마음에 위로가 된다. 시골집을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세를 살고 있어서 나는 너무 좋다. 어떨 때는 두 분이 아직 시골집에 계시는 걸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가 부모님의 흔적을 지우는 동안, 나는 그 자취를 붙들고 있다.

괜히 미안하다. 한 번도 도와주지 못하고, 감도 얻어먹고 비료도 얻었다. 그래서 밥 한 그릇 먹자고, 치맥 한 번 하자고 말했는데 사양해 버린다. 나름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웃의 성의를 무시하는 듯하여 순간 서운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도 지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부모님을 보내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듯, 이웃과의 거리를 두는 방식도 다른 법이다. 그가 마당을 돋우고 망치질, 톱질하며 땀 흘리는 시간이 어쩌면 그에게는 애도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부모님의 흔적을 간직하며 위로받지만, 그는 그 흔적을 지우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가 이 마을에, 우리 옆집에 온전히 뿌리내릴 때, 모가지 높이 울타리 너머로 "수고하십니다" 하는 인사말이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하시죠"로 통할 것이다. 서두르지 않겠다. 이웃이 되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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