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 옆에 앉아요.
우리 아이는 문을 열어 놓는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활짝 또는 반쯤. 물론 완전히 닫아걸고 있을 때도 있다.
자신 만의 공간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그 양가적인 마음. 나는 그 마음을 헤아려주려고 노력한다.
거실 화장실 바로 옆에 있는 아이의 방은 오가며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슬쩍 보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서 확 빼앗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하지만 못 본 척 지나간다. 나는 그저 문지기라 주인이 허락할 때만 들어갈 수 있다. 우리 사이를 지켜주는 두꺼운 유리를 설치하기로 한건 나니까.
문득 30년 전 내가 떠오른다. TV를 보고 있는 나의 곁에 아빠가 슬쩍 와서 앉으셨다. 나는 닿기가 무섭게 스프링처럼 튀어나가 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보란 듯이 문을 닫았다. 그때 등 뒤에 남겨진 우리 아빠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30년이 흘러서야 그날의 공기가 나에게 전해지는 것만 같다. 30년이라는 세월도 바래지 않은 그 생생함을 간직하고.
그렇게라도 다가와준 그날의 아빠에게 30년 후 내가 다가간다. 아빠.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