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그의 아지트였다.

평안을 찾으시게.

by 상처입은 치유자

화장실을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다. 평소 이 부분이 답답했지만 나는 진심 남편을 소중하게 여긴다. 의리랄까? 우리가 함께한 20여 년은 결코 얕지 않다. 의 아지트를 나는 존중한다.


그러고 보니 이 양반도 나에게 작가의 꿈을 열어주고 있었네. 이 세상 온갖게 소재다.


몇 번째 전투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는 날이었다. 주말부부이기 때문에 남편은 아이의 행동이 낯설다. 평소 맥락을 못 따라오니 그럴 수밖에. 남편에게 아이는 그저 금쪽이다.


남편이 소리친다.

"어떻게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버릇없게!!!"

내 여자를 지켜주려는 것인가. 헛다리 짚으셨다.


아이의 행동은 예의 문제를 넘어선 마음의 복잡한 기저를 봐야 하는데, 편에게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냥 과거 내 모습이다. 나도 아이의 행동을 그저 비난했었으니까.


남편은 본인이 금쪽이 행동을 하는 자녀의 아빠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때 나의 소중하디 소중한 남편이 하는 반응이 있다.

1. 내 잘못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증명하기.

2. 숨어버리기.

3. 무섭게 억압하기.


1번을 위해서 남편은 친절하고 자세하게 내가 얼마나 아이에게 잘못했는지 설명했고, 2번을 위해선 화장실에 들어가면 한 시간 이상 머물렀다. 3번은 고통과 전투 중인 아이를 보고 소리를 최대한 크게 질러주는 것이다.


우리 소중한 남편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편도 처음으로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중인 데다가 자기 불안을 마주해 보지 않은 중년일 뿐이니까.


1번에 대해서는 우리는 원팀이라고 힘을 합쳐야 된다고 설득하며 비난하면 문제해결이 안 된다고 이야기해 줬다. 그래. 난 보살이 맞는 거 같다. 3번은 내가 남편보다 더 세다. 나는 더 큰소리로 나가라고 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2번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 당신도 꿈꾸는 평화로운 가정이라는 게 있겠지. 잠시 가서 평안을 찾으시게. 1, 3번 선택지보다는 낫다.(사실 피해달라고 내가 부탁한 것이다. 아이와 서로 부딪히는 것보다는 더 나으니까.)


남편은 나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언제나 내편을 들어주었다. 나에게 글 쓸 소재도 주고 고마울 뿐이다.


똑! 저기요~!아지트가 아무리 좋아도 밥 먹으라고 말하면 바로바로 나와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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