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엄마

나도 내가 무거운데 넌 오죽하겠니?

by 상처입은 치유자

"내가 엄마를 싫어하는 게 이 부분이야~ 지금까지 나 힘들게 해 놓고 왜 나보고 친절하게 말하라는 거야. 왜 자꾸 선을 지키래!!"


익숙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말이다. 엄마의 '이 부분'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는 나는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 같다. 정답을 찾기 위해 또 난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분명 힘들어했고 나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느낌에 답답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너무도 답답해하고 있다.


"엄마는 뭐가 그렇게 항상 심각해? 이게 심각한 문제도 아닌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무도 정확한 말이어서. 나는 어딜 가나 밀도가 높다. 그런 기운이 있는 사람이다. 좀 무거운 사람이다.


쌩하고 돌아서 가버린 아이의 뒤에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여전히 남아 진동하고 있었다. 몸은 컴퓨터 앞에 붙잡혀 있었지만 마음은 아이의 뒤꽁무니를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정말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인가. 내 존재 자체가 문제라면 도대체 해결책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가만히 앉아 머릿속에 아이와의 기억을 훑어본다.

'아이가 저 말들을 할 때가 어떤 상황이었더라,,?'


나는 기억하는 모든 장면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한참 후 검은 물의 쓰나미가 묵직하게 오듯 깨달음이 몰려왔다. "...... 아!!!!!"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가볍게 알아주길 바랐다. 이미 자기 일을 책임지는데 온갖 일들에 지쳐 엄마에게 쓸 에너지가 없는 아이다. 더 이상. 이런 아이 옆에서 나는, 아이라면 가벼이 지났을 일을 무겁게 끌고 갔다. 질질. 아이는 그저 엄마 곁에서 가볍게 있고 싶었다. 그냥 포근하게.


사건은 이랬다.

"내일부터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고 마음 준비 겸 놀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 말 끝에 나는 또 나의 습관을 붙인다.

"놀고 싶어? 일요일인데 그냥 자면 어떨까? 월요일에 피곤할 거고 어쩌고 저쩌고.. 시험 준비하려면 뇌가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써 놓고 나니 진짜 듣기 싫다. 나라도 질려서 도망가겠다. 아이는 나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걱정에 버티지 못할 만큼 억눌려 있었다.


아이는 그저 자기 마음을 가볍게 알아주고 거기에서 멈추는 엄마가 필요했다. 그러지 않아도 고민 많은 아이에게 본인도 이미 알고 있는 무거운 말을 얹고 또 얹었던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순간 아이가 왜 외갓집에서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이 그리도 무거웠는지 알았다. 엄마가 아무 말 없이 그저 함께 해주길 바랐는데 가장 믿는 엄마가 가장 잔혹한 일을 하고 있다니.


아이는 내가 무엇을 얹는 것 자체가 무거워 엄마도 상황도 집도 싫었던 거다!!


나는 당장에 아이방으로 들어갔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안다. 나도 아는데 그 순간 그 무게를 혼자 견뎠을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


아이는 자고 있었다. 와락 안아 미안하다고 했다. 난 참 이기적이다. 이 순간에도 나의 미안함이 괴로워 혼자서 있고 싶을 수도 있는 아이에게 내 감정을 퍼붓고야 말았다.


우리 아이는 끝까지 엄마를 믿고 싶었나 보다. 내 사과를 받아주었다. 엄마가 바뀔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바라며. 이런 엄마의 사과를 받아주는 아이에게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줘야 하는가. 여전히 고민이다. 나는 또 살던 대로 살면서 실수할 때도 있을 텐데.


나에게 어린 시절 아이는 위성이었다. 엄마의 질량에 붙들려 주위를 착실하게 맴도는 아이. 아이와의 조석력으로 나에게 크고 작은 밀물과 썰물을 줄 때는 아이가 얼른 행성이 되길 바라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아이는 자기만의 질량을 차곡차곡 쌓아 더 이상 나의 위성이 아니었음을 나에게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원래 행성이었던.. 그래. 우린 처음부터 쌍성계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몰랐던 건 나였다.


아이는 우리 사이의 거리를 자꾸 잘못 알고 있는 엄마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엄마. 우리 사이 거리가 적절해야 우리가 오랫동안 잘 살 수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나에게 모질게 대했나 보다. 선 좀 지키라고.


여전히 나는 눈치 없는 엄마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진심으로.



이전 07화내 안의 어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