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어린아이

슈퍼 오지라퍼

by 상처입은 치유자

얘는 슈퍼 오지라퍼다. 무슨 상황이 생기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서서 정리하려고 한다. 지가 뭔데.


나도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 예상은 했다. 여기저기에서 떠들어대니 나도 있겠거려니 한 것이다.


'있겠거려니~'와 '여기 있구나!'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만난 그 아이를 소개해 주고 싶다.


내 안의 어린아이는 세상과 거래를 한다. 사랑을 받으려면 동생을 돌봐주거나 엄마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거나 100점을 맞으면 다. 밥을 먹으면 운동을 한다. 행여나 많이 먹었다면 다음 식사는 없다. 내 존재의 규칙은 교환이다.


얘가 나와서 한 짓이 그거다. 내 소중한 우리 아이가 원한 사랑과 거래를 한 거다. 나의 예상 안에서 행동하고 반응할 때 슈퍼 오지라퍼는 우리 아이에게 더 웃어 줬나 보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원하는 걸 얻고 사는데 너도 그렇게 사는 게 마땅하지!!!"라는 태도이다.


사랑받고 싶은 아이는 엄마의 미소 한번 더 보겠다고 가면을 힘겹게 쓰고 있었다. 면이 없으면 엄마 미소를 못 볼까 불안하다.


'여기 있구나!!' 라며 이 오지라퍼를 찾은 때는 상담사 앞에서였다. 눈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매우 이기적 이게도 그 오지라퍼의 힘듦이 느껴져서 우리 아이의 고통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나도 참. 내 일 아니라고 고통을 쉽게 생각했다. 그것도 내 소중한 아이의 힘듦을. 뭐 어쩌겠나. 나도 엄마 이전에 한 낱 인간일 뿐인데.


상담사는 나에게 그 아이부터 달래주고 오라는데 뭘 어떻게 달래주라는 건지 원. 잘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또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뚜벅뚜벅. 털썩. 굳이 그 시끄럽고 아득한 침묵속으로 가서 떡 하니 앉아 모든 걸 겪어 내 본다.


그것밖에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게 달래주는 것 인지.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요새는 '에라~르겠다!' 스피릿이 나올 때가 있다는 거다.


밥 먹고 드러눕고, 상대방의 관심을 받으려는 칭찬을 안 하기도 한다. 누군가 기분이 나쁘면 '내 탓인가? 가서 달래줘야 하나?' 하며 위로를 건네었던 과거와 달리 '기분이 나쁘구먼. 내가 원인이라면 말하겠지!' 라며 그냥 둔다.


거래를 안 하는 작은 연습 같다.


이게 치유의 시작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좀 편해졌다. 오지라퍼는 내가 편하면 출동하지 않는 것 같다.


좀 편하게 쉬게. 나의 슈퍼 오지라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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