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탑쿼크의 가벼운 전자되기
힉스 장이라는 게 있다. 입자물리학 어쩌고 하는데서 나온 뭐.. 과학이다. 참고로 난 뼛속까지 문과인이다. 어떤 입자는 힉스 장과 강하게 상호작용을 해서 큰 질량을 갖게 되고 광자는 거의 상호작용을 안해서 질량이 0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 반면 톱쿼크는 강하게 상호작용해서 아주 무겁고, 전자는 조금만 상호작용을 해서 가벼운 편이다.
나는 아이와 너무도 강하게 상호작용해서 아이 곁에서 톱쿼크가 되어버렸다.
고민이 되었다. 도대체 나의 질량을 어떻게 줄여 우리 아이 곁에서 가볍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무거운 톱쿼크가 갑자기 깃털같이 가벼운 광자가 될 수는 없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 그래도 연습하다 보면 전자는 될 수 있겠지.
[3초 말하기] 짧은 그 시간 안에 무엇을 할지가 문제였다. 아이가 힘들었던 건 나의 말꼬리였다. 말꼬리가 너무 촘촘하고 밀도가 높아 몇 마디만 해도 금세 피곤해진 거다. 나도 말하다 보면 좀 피곤해진다.
"엄마! 말 그만해도 돼요!"
하..이 신호를 그리도 못 알아들었다니. 그래 그럼 한마디만 하자!
"그랬구나!" 이러면 너무 성의 없다. "오~~~!" 더 성의 없네. "놀고 싶었구나!" "속상했겠다." 여러 후보군이 머릿속에서 팝콘을 튀기고 있다.
고민의 끝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차라리 말을 말자! 이거다. 이때는 광자처럼 말은 하지 않고 대신 표정과 행동에만 밝음을 장착한다. 다른 하나는 전문가도 어렵다는 감정 읽어주기이다. 아이가 놀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 ***. 놀고 싶구나!"에서 끝내는 것처럼 말이다.
점심식사 준비가 극도로 귀찮았던 어느 토요일. 학원을 다녀오는 아이 마중을 나갔다.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7 레이어가나슈 케이크와 꼬마김밥을 김장김치와 함께 꺼내 들었다.
"우리 코니코코(반려앵무새 두 마리) 요즘 왜 이렇게 두 마리 다 똥을 많이 싸는지 모르겠어요."
기분이 좋으면 존댓말을 애교 있게 한다.
"요즘 그래?"
"엄청 먹고 으이그... 그래도 우리 코니코코 귀엽지 않아요?"
"아우 귀엽지~"
"얘네들 위해서 다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요~엄마아~~ 앵무새 장난감 사주고 싶어요!"
지금이다. 연습할 기회. 3초만 말하자.
"우리 앵무새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그럼요 재잘재잘..."
톱쿼크가 질량을 덜어내고 가벼워지자 아이가 자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날 점심은 평화롭다 못해 활기찼다. 그 후에도 난 또 톱쿼크로 돌아갔다. 괜찮다. 다시 질량을 덜어내면 되니까. 성공의 기억도 많이 쌓을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실패로 나의 자만을 다듬어 줄 것이고 말이다. 얼마만큼의 성공과 실패가 내 앞에 놓여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우주의 원리다. 평형화에 따른 균형.
그 균형 속에 아이가 평안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