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어 나온 감정을 회수할 시간

그 시간이 짧아지길..

by 상처입은 치유자

쿵쿵. 무엇인가를 세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몸이든 물건이든.


가래를 뱉듯 목을 긁는 소리를 낸다. 소리를 지르는 대신하는 행동인 것 같다. 원래 존댓말을 주로 하는데 반말을 시전 한다. '내가 너를 이기겠어!'라는 도전인 듯하다. 어깨를 들썩 거린다. 자기 화났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곁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제 나 엄청 무섭지?'라고 하는 것 같다. 아기 사자 많이 컸다. 자신의 욕구가 좌절된 것에 대해 옆에 있는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아이의 의도를 나는 이렇게 읽었다.

"자! 이제 내가 화낼 명분을 만들어줘.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내 행동과 말을 지적하면 돼!"

저항하기 힘든 초대장을 내 앞에서 흔들고 있다. 최면에 걸릴 것 같다.


사실 나도 할 말은 없다. 나는 흥분하면 말을 한다. 엄청 빠르다. 어떻게 말을 쉴 새 없이 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땐 내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아주 친절하게 생생한 단어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것을 받은 상대는 동영상 돌리듯 상상하게 되고 불안, 좌절 그리고 화라는 감정을 일으키게 된다.


그 상대는 또 자신만의 행동으로 그 감정을 표현한다. 또 물건을 거칠게 다룬다. 나의 좌절된 욕구를 물건에 투사한다. 그릇을 세게 테이블에 두거나 물건을 전달할 때 던지듯 한다. 정말... 교양 없다.


시간이 지나면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반백년을 살았는데 저거 하나 조절 못하고. '인간이라 편도체에 하이재킹 당할 때가 있을 수 있지' 라며 위로를 해본다.


오호라. 좋다.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내가 느낀 그 교양 없음과 나 자신이 부끄러워짐을 느끼지 않게 해 주지. 너에게 새어 나온 감정을 안전하게 회수할 기회를 주겠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모른척하기다. 전혀 몰랐다는 듯 나는 일상생활을 한다. 쉽지 않다. 목젖까지 떨린다. 말하고 싶어서. 나도 하던 습관이 있으니까. 이때 아이는 좀 당황한다. 우리 뇌는 익숙하지 않으면 당황하거나 불안해한다. 그래서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그 괴리를 메꾸기 위해서. 아이는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질 것이다.


나머지는 나무 위에 올라가 놀리는 원숭이가 되어 터뜨리게 하는 것이다. 압력밥솥 김 빼듯.


'뭐여 화난 거야?'라는 태도로 일부러 알아준다. 이때 '나는 나무 위 원숭이. 원숭이다! 나의 감정은 안전하게 봉인하고 아이의 감정 처리를 즐겨보자!'라고 주문을 외워야 한다.


"엄마가 싫어. 내 삶이 불행하다. 엄마는 정말 눈치가 없다."

더 많은데 아이 미래도 있으니 여기까지 하고 싶다. 어쨌건 내가 자극될 만한 말을 골라한다. 나는.. 나무 위 원숭이다.


"그니까. 엄마가 싫을 수도 있지. 그럼 그럼. 그래도 엄마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아! 안타깝다 삶이 불행하니 얼마나 힘들까. 그래서 그런 모진 말을 하는구나. 엄마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노력 중. 내가 인간이라 실수를 좀 해.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아.. 그래도 그 말은 엄마 좀 상처받네에~~"


일단 인정하고 이 상황을 맹~~ 하게 받아들인다. 아이는 어이가 없다. 자기 시나리오와 다르다. 또 생각을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가끔 감정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 피식피식 웃거나 눈길과 몸이 자꾸 사랑하는 상대 옆으로 가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면 흥얼거린다. 좌절하면 웃는 사람도 있고 우는 사람도 있고. 같은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기도 다른 감정을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감정(emotion)은 결국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행동(e-밖으로, motion-행동)으로 나온다. (어디서 읽은 건데 기억은 안 난다.)


아이의 모든 행동은 몸 밖으로 나온 감정들이었던 것이다. 나의 원숭이 전략으로 아이는 새어 나온 감정을 회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자존심이 세서 감정 조절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금물이다. 강적이다.


뭐.. 감정 회수가 잘만 된다면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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