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메이즈 러너인가요?
너의 마음은 매 순간 변하는 미로 같구나!
어제는 나의 칭찬이 통했는데... 오늘은 통하지 않았다. 15년을 넘게 쌓아온 마음 지도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느낌다. 종이 위에 자를 대고 떨리는 손으로 그었던 선들, 새로운 랜드마크를 발견했던 나의 기쁨들 그리고 그 공간에 들였던 나의 정성이 연기처럼 날아갔다.
아이의 마음 지도는 나에게 만다라다. 차이가 있다면, 아이가 나의 허락도 없이 지운다는 것이다. 나의 의지가 털끝만큼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언제나 나를 당황하게 한다.
당황스러움과 함께 남는 것이 허탈함이라면, 그 허탈함을 이 실험실을 운영하는 에너지로 삼기로 했다. 나는 또 새로운 지도를 가지고 새로운 곳을 탐험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MS. 전전긍긍의 실험실을 열기로 했다. 아이의 마음지도를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한 나만의 신성한 공간이다.
애석하게도 이 실험실의 월세는 '허탈함'이다. 내가 공들여 그린 지도가 무용지물이 될 때마다 나는 지독한 허탈함을 실험실 월세로 지불한다. 그래도 허탈함 속 내 안에 아이와의 기억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허탈함이란... 아이와 내가 연결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Ms. 전전긍긍의 실험실 원칙
제1원칙: 사라진 지도에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새로운 지도를 위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아이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미로라는 증거다.
제2원칙: 아이의 반응이라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오늘은 이 기류가 통하지 않는구나'를 되뇌며 말이다. 대신 나의 눈과 귀에 아이를 잘 담아둔다.
제3원칙: 이 미로의 지도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탈출이 목적이 아니다. 미로 속에서 아이와 함께 아이라는 우주를 탐험하는 것, 그 살아있음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 목적이다.
오늘도 나는 아이의 마음속에 생긴 새로운 길을 그리려고 이 실험실의 전등을 켠다. 딸각.
화환하나 보내주는 이 없는 이 공간에 '딸깍' 소리가 나의 비장함을 대신하는 것 같다.
아이라는 우주를 관찰하는 나를 바라본다. 이번 달 허탈함 월세도 넉넉하다. 다행인가?
나만의 원칙이 새겨진 큰 현판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의 마음 가짐을 다져본다. 너라는 우주에 경탄할 준비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