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1 저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20년 가까이 저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미술관에서, 전시장에서,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공간에서. 관람객이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걷고, 어디서 다음 사람과 눈이 마주치게 될지를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좋은 경험 설계란 결국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자연스럽게 머물고,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느끼도록.
그래서 저는 이 도시를 볼 때 종종 직업적인 눈이 켜집니다.
한국의 도시, 특히 서울은 UX 관점에서 거의 완성에 가깝습니다. 음식은 앱으로 주문하고, 커피는 키오스크에서 받고, 문은 비밀번호로 열리고, 결제는 화면 안에서 끝납니다. 택배는 문 앞에 놓여 있고, 이동은 앱이 안내합니다. 어디서도 막힘이 없습니다. 마찰이 거의 없습니다.
엔지니어라면, 혹은 UX 디자이너라면 이런 구조를 보고 아름답다고 할 것입니다. 저도 그 말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MX 디자이너로서 저는 동시에 다른 질문을 떠올립니다.
이 흐름 속에서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2 시스템이 개인을 완벽하게 지원할 때 생기는 일
잘 설계된 시스템은 사람이라는 변수를 최소화합니다.
그것은 시스템의 미덕입니다.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이고, 오류가 적습니다. 서비스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구조입니다.
문제는 그 '변수'가 때로는 연결의 계기였다는 점입니다.
카운터에서 커피를 받으며 나누던 짧은 말 한마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웃. 배달원이 문을 두드리며 건네던 "수고하세요". 이것들은 비효율이었습니다. 시스템이 제거해도 되는 마찰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마찰들이 사라지자, 저는 문득 하루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오늘 나는 몇 명과 실제로 말을 나눴는가.
잘 설계된 도시에서는 이 질문의 답이 놀랍도록 작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도시가 고장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매끄럽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이 오류가 아니라 기본 모드가 되는 순간입니다.
#3 큐레이션이 가르쳐준 것
미술관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무는 건 작품이 아름다워서만이 아닙니다. 공간이 그 사람을 잠시 멈추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선이 끊기는 지점, 빛이 달라지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전환. 이것들이 사람을 멈추게 하고, 그 멈춤이 경험을 만듭니다.
큐레이터는 흐름을 만들지만, 동시에 흐름을 끊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도시 설계도 그렇지 않을까요.
모든 마찰을 없앤 도시는 관람객이 멈추지 않는 전시장과 같습니다. 동선은 완벽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어디서도 마음이 걸리지 않았으니까요.
우리가 기억하는 도시들은 대부분 약간 불편합니다. 좁은 골목, 예상치 못한 광장, 갑자기 등장하는 노점. 그 불편함이 우연한 만남을 만들고, 그 만남이 이야기가 됩니다.
#4 그래서 다음 질문은
이제 많은 도시가 한국 도시들이 먼저 도달한 지점으로 향할 것입니다.
기술은 계속 마찰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많은 사람의 삶을 편하게 만듭니다. 지쳐 있는 사람에게, 바쁜 사람에게, 혼자 있는 것이 편한 사람에게 이 시스템은 실제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편리함이 유일한 설계 기준이 될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함께 잃습니다.
마찰은 불편함만이 아닙니다.
마찰은 서로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게 만들고, 감사를 전하게 만들고, 낯선 사람과 잠깐 눈이 마주치게 만드는 것. 이것들이 제거될 때, 우리는 더 효율적인 개인이 되지만, 동시에 더 분리된 존재가 됩니다.
그렇다면 urban design과 product thinking의 다음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입니다.
어떤 마찰을 의도적으로 남겨둘 것인가.
저는 아직 그 답을 모릅니다.
다만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설계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리함을 만드는 사람이 동시에 연결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MX 디자이너로 20년을 살아오면서 제가 도달한 가장 불편한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