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부터는 일주일에 글 하나는 남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오늘이 딱 새해 시작된 지 일주일. 쓴다.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2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집안 곳곳의 시계들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아 그럼 다시 맞추면 되지. 할 수 있겠지만 게으르게도 각각의 시계들이 빠르고 늦은 점을 파악해 거기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대단하구나. 나.
#3
욕실에 있는 시계는 느리고, 거실에 있는 시계는 조금 빠르다. (그 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시계들은 다 정시를 알려준다. 당연하게도) 욕실에 있는 시계는 아날로그이고, 거실에는 디지털이다. 아날로그는 느리고, 디지털은 빨라진 거다.
#4
물리적인 움직임을 동반하는 아날로그시계는 느려지고(아마도 배터리가 처음 같지 않아서 일까?) 물리적 힘없이 지속적인 전기 신호를 보내는 디지털은 조금씩 빨라진다. 뭔가 세상을 돌게 하는 엄청난 에너지의 속성을 알아차린 것 같다. 뭔가 근사하고 그럴듯한 은유가 막 떠오르지만, 정작 그걸 표현할 내 에너지가 부족하다. 이런.
#5
왜 난 이 시계들을 바로 맞추지 않고 있는 걸까. 그 이유의 98.99%는 게으름일 것이고, 아주 작은 퍼센티지의 맘으론 '샤워를 할 땐 상대적으로 느긋한 맘으로, 거실에서 나갈 준비를 할 땐 다급한 맘으로'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6
사람은 어떨까? 한 해 두 해 나일 먹어가면 갈수록 아날로그시계처럼 느려질까, 아님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는 맘이 더 크게 될까. 마치 디지털시계처럼 말이다.
#7
아니 그것보다, 지금 난 어느 쪽에 가까울까? 조급한 마음은 가득하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디지-아날로그 상태는 아닐까. 뭔가 엄청난 에너지의 속성을 알아버려 근사한 은유를 남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에너지가 부족하다. 커피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끝.